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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지음
㈜소미미디어 펴냄

읽었어요
“그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별로 안 좋을까요?”
“그게 안 좋을 지 어떨지는 그쪽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나는 아무 말 않겠습니다.”
“그럼 우선은 지금 이대로, 라는 걸로 하겠습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살아갈 수만 있으면 그걸로 좋아요. 어차피 그리 대단한 인생도 아니고.”
치후네의 입가가 삐뚜름해졌다. 그에 따라 주름살도 깊어졌다. “어지간히도 염세적이군요.”
“염세적?”
“세상에 절망했다는 뜻이에요.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요?”
“왜냐니, 나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가 어이없는 일이었어요. 호스티스가 남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낳았잖아요. 치후네 씨도 어머니가 아기였던 나를 안고 있는 걸 보고 왜 저런 바보짓을 했느냐고 어이없어 했잖아요. 아는 그 때문에 그때 자매의 인연까지 끊었잖아요.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런 인간에게 뭔 장래가,”
타앙, 하고 치후네가 큰 소리를 냈다. 손에 든 찻잔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것이다. 레이토는 깜짝 놀라서 하려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레이토의 삶의 방식에 참견은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잊어버리는 거요. 그게 꼭 그렇게 나쁜 건가요? 불행한 건가요? 기억력이 떨어져서 평소에 알았던 것들을 외우지 못한다고 해도 뭐, 딱히 안 좋을 것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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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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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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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된 회사의 수를 자랑하고 싶다거나 안심하고 싶다거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한마디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말해줬으면 싶었다. 너는 너 나름대로 열심히 해 왔구나, 하고.
“월급도 변변치 않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건 나도 똑같아. 그러니 나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는 없어.” 나 자신도 놀랄 만큼 차례차례 말이 흘러나왔다. “나 같은 인간이, 혹시나 취직이 된다고 해도 잘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도, 내가 회사에서 잘나가지 못한다고 해도, 남한테 취업 같은 거 때려치우라는 소리는 못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기요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일 같은 거 어려워서 회사 관둔 거 아니야. 주변 인간들 수준이 한심해서, 그런 놈들 이겨봤자 뭔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래서 관둔거라고.”
뒤쪽 건널목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어느새 우리는 선로 옆길을 걷고 있었다.
“...그래, 그런데....” 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에둘러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기요타, 넌 지금 이겼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앞쪽에서 열차가 달려와 우리를 지나쳐갔다.

8월의 은빛 눈

이요하라 신 지음
비채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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