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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지음
㈜소미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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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별로 안 좋을까요?”
“그게 안 좋을 지 어떨지는 그쪽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나는 아무 말 않겠습니다.”
“그럼 우선은 지금 이대로, 라는 걸로 하겠습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살아갈 수만 있으면 그걸로 좋아요. 어차피 그리 대단한 인생도 아니고.”
치후네의 입가가 삐뚜름해졌다. 그에 따라 주름살도 깊어졌다. “어지간히도 염세적이군요.”
“염세적?”
“세상에 절망했다는 뜻이에요.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요?”
“왜냐니, 나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가 어이없는 일이었어요. 호스티스가 남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낳았잖아요. 치후네 씨도 어머니가 아기였던 나를 안고 있는 걸 보고 왜 저런 바보짓을 했느냐고 어이없어 했잖아요. 아는 그 때문에 그때 자매의 인연까지 끊었잖아요.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런 인간에게 뭔 장래가,”
타앙, 하고 치후네가 큰 소리를 냈다. 손에 든 찻잔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것이다. 레이토는 깜짝 놀라서 하려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레이토의 삶의 방식에 참견은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잊어버리는 거요. 그게 꼭 그렇게 나쁜 건가요? 불행한 건가요? 기억력이 떨어져서 평소에 알았던 것들을 외우지 못한다고 해도 뭐, 딱히 안 좋을 것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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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땅에서 솟았어도, 바람에 실려 왔어도, 아무 상관 없어.”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전미화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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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가 왜 멸종했는지 아세요?”
“그거야 날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물론 그렇지만요. 천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땅 위에서 살았다고 해요. 알을 낳아도 어딘가에 숨겨 놓지 않고 땅 위에 그냥 낳은 채로 두고요.”
“아! 지금 같으면 리스크 헷지를 하지 못한 거네요. 이렇게 말하면, 혼날 것 같지만.”
무쓰코가 웃는다.
“하지만 그만큼 안전했다는 뜻이죠. 그러다 인간이 찾아왔고 인간이 데리고 온 개와 쥐들이 알을 먹어버리고..... 그러다 결국은 멸종하고 맙니다.”
소로리가 슬픈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지금도 목초지가 사막화되어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그 또한 인간이 과도하게 토지를 개간한 탓이다.
“목초지가 사막화돼버린 것도 도도를 사라지게 한 것도 우리 인간이군요.”
왠지 모를 미안한 기분이 들어 무쓰코는 고개를 떨구었다.
“도도는 아둔하고 날지 못하는 새지만 그 덕에 자기 페이스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런 삶의 방식을 찾고 싶다고, 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가게 이름을 카페 도도라고 지었고요.”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더퀘스트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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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속성과 의미를 추구할 테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 즐기기도 할 터였다. 세월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아예 흘러가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나기 마련이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뿐이었다. 우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리프할 때마다 그게 몇 년이든 중요한 누군가가 그녀의 삶에서 사라지게 될 터였다. 데일이든 매들린이든 켄지든. 매년 씁쓸하면서 달콤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분명 나쁜 날들도 있을 터였다. 그것도 늘. 하지만 그녀는 저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좋은 날들을 하나씩 모아 한데 엮을 터였다. 사방에 거울이 달린 방의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환하게 빛나도록.
“다시 안에 들어가서 네 기타 솜씨 좀 보여주지 그래? 보나마나 잘하겠지만.” 데일이 눈을 찡긋거리며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어쩌면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소용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젊은이들은 젊음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고 있을지도.

아웃 오브 오더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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