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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지음
㈜소미미디어 펴냄
읽었어요
“그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별로 안 좋을까요?”
“그게 안 좋을 지 어떨지는 그쪽 스스로 판단할 일이지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라면 나는 아무 말 않겠습니다.”
“그럼 우선은 지금 이대로, 라는 걸로 하겠습니다.”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살아갈 수만 있으면 그걸로 좋아요. 어차피 그리 대단한 인생도 아니고.”
치후네의 입가가 삐뚜름해졌다. 그에 따라 주름살도 깊어졌다. “어지간히도 염세적이군요.”
“염세적?”
“세상에 절망했다는 뜻이에요.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요?”
“왜냐니, 나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가 어이없는 일이었어요. 호스티스가 남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낳았잖아요. 치후네 씨도 어머니가 아기였던 나를 안고 있는 걸 보고 왜 저런 바보짓을 했느냐고 어이없어 했잖아요. 아는 그 때문에 그때 자매의 인연까지 끊었잖아요.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런 인간에게 뭔 장래가,”
타앙, 하고 치후네가 큰 소리를 냈다. 손에 든 찻잔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것이다. 레이토는 깜짝 놀라서 하려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레이토의 삶의 방식에 참견은 하지 않겠어요.”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는 건 없습니다. 어디에도 없어요.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하세요.”
“잊어버리는 거요. 그게 꼭 그렇게 나쁜 건가요? 불행한 건가요? 기억력이 떨어져서 평소에 알았던 것들을 외우지 못한다고 해도 뭐, 딱히 안 좋을 것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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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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