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먹고 살기 힘들지도 모르지. 기요는 앞으로 좋아하는 일에 매달리다가 가난하게 살지도 몰라.”
어머니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비참한 어른이 된 기요스미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집도 없이 pc방 파티션 안에서 컵라면을 후룩거리는 기요스미. <식용 야생초> 같은 제목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는 기요스미. 공원 수돗가에서 챙겨 간 페트병에 물을 담는 기요스미.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났다.
“나는 그걸 인생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걸 실패라고 한다면 드 애한테는 실패할 권리가 있는 것 아닐까?”
실패할 권리. 들을 때마다 일말의 서운함을 느꼈다.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으로 비춰볼 때 이 사람은 분명 훌륭한 어머니겠지만.
“내일 강수확률이 50퍼센트라고 치자. 너는 기요가 걱정되니 우산을 챙겨 가라고 하겠지. 그다음부터는 그 애 문제야. 무시하고 비에 젖거나 감기에 걸려도 그건 그 애 인생이야. 앞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비에 젖는 것도 제법 기분 좋을지도 몰라. 네 말을 듣고 우산을 챙겨 갔어도 날이 맑을 가능성도 있고. 그 애한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단다. 비에 젖을 자유가 있어. ...그런데.”
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어머니가 그 말을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 모른다.
“네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었니?”
“아까 주운 돌도 다듬을 거야?”
구루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건 아마 안 다듬을 거야, 라고 대답했다.
“다듬에지는 게 싫은 돌도 있거든. 이 돌은 매끈매끈 반짝반짝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
돌에게는 돌의 생각이 있다. 진지한 얼굴로 농담 같은 소리를 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돌이 뭘 생각하는지 알아?”
“그건 아니지만 항상 알고 싶어. 게다가 꼭 반짝반짝해야 예쁜 게 아니잖아. 울퉁불퉁 거친 돌의 아름다움이란 것도 있으니까. 그런 점은 존중해 줘야지.”
교과서를 깜빡 잊었을 때 편하게 빌릴 상대가 없으면 불안하다. 혼자서 도시락을 먹는 건 쓸쓸한 일이다. 하지만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척하기는,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척하기는 훨씬 더 쓸쓸한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은 즐거운 동시에 몹시 고통스럽다. 그 고통을 참을 각오가 내게 있을까.
“할머니에게 귀엽다는 건 뭐야?”
그러게. 할머니는 뺨에 손을 대고 한참 생각했다.
“기운이 나는 것. 기운 나게 해주는 것. 귀여운 게 싫다, 미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누구나 똑같은 ‘귀여움’을 추구할 필요는 없으니까.”
“흐르는 물은 결코 썩지 않는다. 항상 움직인다. 그렇기에 청정하고 맑다. 한 번도 더럽혀진 적 없는 ‘청정함’은 아니다. 계속 나아가는 것, 정체하지 않는 것을 청정하다고 부르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많이 울고 상처 입을 테고, 억울하고 부끄러운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움직이길 소망한다. 흐르는 물처럼 살아다오. 아버지가 할 말은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