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두 팔을 아주 크게 벌려 안아주고 싶었다.
차도하 에세이를 읽겠다고 결심에 섰던 건, 차도하를 좋아한다는 말에 에세이를 꼭 읽어보라는 어느 시인의 말 덕분이었다. 차도하를 좋아한 것은 시집을 읽고나서부터였고, 그때부터 그녀의 시를 곱씹으며 몇 달을 보내었다.
에세이는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되었다. <프로듀스 101>을 열심히 보고, 하루를 앞두고 수능이 연기되었던 수험생의 모습을 볼 때. 내 옆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흔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보았을 때, 반가웠고 슬펐기에 얼른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사람마다 상처를 처리하는 일이 다르다. 상처를 떠올리는 것. 그것만으로 나는 버티기 어려운 사람이다. 지금도 여전히 상처에서 도망치는 법밖에 몰라서 나는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하고 몰래 우는 법만 안다. 그런데 차도하는 자기 일을 글로 써내리면서, 옷 안에 숨겨놓은 칼자국을 보여주듯 상처를 드러냈다. 그녀는 이 글을 썼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것이 상처 회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까. 그렇다고 대답해주길. 간절히, 아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차도하 시집 출간 후, 그녀의 낭독회에 간 적 있다. 그녀 없는 곳에서 그녀의 시를 나누어 읽을 때, 그녀의 낱말들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을 때, 나는 가지고 있던 시집을 꼬옥 쥐고서 생각했다. 다음에 차도하 시인을 만난다면, 당신의 글이 나에게 미래를 만들어주었다고 말할 거라고. 그녀 덕분에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그녀의 미래의 손이 닿아 나는 말하고 있다. 쓰고 있다.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차도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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