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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머셋 모옴 지음
민음사 펴냄

읽을 만한 책이 있나 살펴보다 낯익은 제목에 손이 나갔다.

그런데 맙소사…

이런 귀한 책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

이렇게 장탄식을 쏟은 이유는 스토리가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간 잊고 지냈던 철학적 사유, 그러니까 실존에 관한 질문을 내게 다시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고를 때와 달리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도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의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 작품해설에서 그 함의를 깨닫게 되었는데, 그걸 깨닫고 나니 이 책은 물론 저자 또한 더 위대하게 느껴졌다.

해설에 따르면 달은 정신을, 6펜스는 물질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짧게 덧붙이자면 과거 영국에 6펜스 짜리 동전이 있었는데, 이 동전이 우리나라의 100원처럼 매우 흔하게 쓰였다고 하니 물질의 대표로 손상이 없어 보인다.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아주 간략하게나마 이 책의 줄거리를 소개할까 한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폴 고갱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인물이며 거칠고 무뚝뚝한 중년 남자이다.

그는 어느날 불쑥 아내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가출을 단행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현실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고 굶주리고 고통받는 고난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가족을 내팽겨치고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허름한 집에 틀어박혀 매일 그림만 그린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는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운명인듯 그림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비참한 생활 속에서 가까스로 굶어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어찌저찌하여 타히티라는 섬에 도착해 원주민 처녀와 결혼도 하고 그림도 원없이 그리며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나병에 걸리게 된 그는 병으로 눈이 멀었음에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방 안에 아름다우면서도 기이한 벽화를 그리게 되는데, 그것은 그가 여태껏 바래왔던 일생일대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아내에게 집을 불살라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평화롭게 눈을 감는다.

이 스토리 속에 서두에 말한 바 있는 바로 그 질문이 들어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정신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물질을 택할 것인가?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딱히 답을 내릴 수 없는 물음이지만 계속해서 내 머릿 속을 맴돈다.

이 책에 감명받은 나는 서머싯 몸이 쓴 또 한 권의 책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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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난 이 책이 ‘그 남자네 집’과 대척점에 있는 집, 그러니까 박완서네 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완전 헛다리였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박완서작가의 단편 소설들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었고, ‘그 여자네 집’ 또한 곱단이와 만득이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는 단편의 제목이었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에 비해 소설에 쓰인 소재들이 다소 자극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단편이다 보니 전개가 급박하게 진행되어 그렇게 느꼈는 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을 비롯한 비중있는 등장인물들이 노년층이라 그런지 작품 전체 분위기는 약간 올드한 편이다.

세상의 풍파를 더 겪고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과는 또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같다.

그 여자네 집

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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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개인적으로 이 책보다 얼마 전 읽었던 ’불변의 법칙‘이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은 얻었다.

가장 먼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기대치를 낮추어라.‘라는 교훈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불변의 법칙‘을 읽을 당시엔 그토록 깊이 깨닫고 명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 문구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내 머리와 일상의 행위 속에서 어쩜 이렇게 하얗게 지워졌는 지 모르겠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두 번째 교훈은 투자에도 치뤄야 할 비용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투자한 자산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피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 비용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자산 가치의 변동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 급락에 따른 고통, 그 때 팔 걸 하는 후회 등…

투자가 진행되는 내내 겪어야 하는 불편한 감정들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며 마땅히 치뤄야 하는 비용이다.

이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저자의 논리는 내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세 번째는 러시아 룰렛을 피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확률이 높다고 해도 낮은 확률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투자는 절대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업이든 투자든, 많은 사람들이 파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탐욕이 극단으로 치달아 낮은 확률을 무시하고, 성공 확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富)가 아닌 생존이다.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지음
인플루엔셜(주)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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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

솔직히 말해 좀 지루했다.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는 자연인이다.”의 19세기 버전이 이 책에 실려 있을 거라 믿었는데,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물론 자연에 묻혀 살아가는 일상이 어느 정도 담긴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그 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개념이다.

쉽게 말해 저자가 굳건히 확립한 철학이념과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얻은 깨달음.

저자는 그 깨달음을 당시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고자 끝없이 발버둥친다.

내가 생각할 때 저자가 특별히 강조하는 이념의 중추는 인도의 고전 철학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만 충족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 이상의 물질적인 것을 탐하는 것은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우린 모두 자연에서 왔고 또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스스로의 내면을 탐구하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대강 내 생각대로 간추리는 도중 불현듯 이런 궁금증이 떠올랐다.

어마어마한 부자가 생각하는 삶의 의미는 무얼까?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의 생각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따라 붙는다.

그렇다면 둘 중 진짜는 무엇인가?

부자와 거지, 둘 중 누가 진짜 삶의 의미를 꿰뚫었다고 할 수 있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수 근처 숲에서 2년 여를 보내며 얻은 깨달음.

아마도 그 깨달음이 이에 대한 답이 될는 지도 모르겠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은이), 정회성 (옮긴이) 지음
민음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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