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 팔로우
나의 몫 (파리누쉬 사니이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나의 몫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북레시피 펴냄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의 두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감정적 동요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10년 전쯤 읽었던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을 때에도 그랬다. 같은 여성으로서 도저히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읽다가 책을 다시 놓았다가 감정을 추스린 후에야 다시 책을 들곤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가, 내가 그들의 역사와 문화, 삶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게 된다.

책을 통해서가 아니면 어떻게 이란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중앙아시아의 문학 작품 또한 그리 흔한 것이 아니어서 나라, 나라마다 다른 상황이나 역사를 인지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나의 몫>을 그저 편하게 읽기 시작하고 나름대로 시대를 추정하다가 역사 배경을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되었고 찾아보면서도 내가 이란의 어느 시점을 자세히 알아야 하는지를 두고 꽤나 헤맸다. 앞부분에선 시대를 추정할 수 있는 힌트가 많지 않아서 전체적인 이란의 역사를 훑어보아야 했고, 드디어 어느 시점인지를 알고 나서는 꽤나 자세히 그들의 역사를 알아보았다.

이제 이 두꺼운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이 순간에서야 이 소설 속 여인과 내 시대가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느껴지는 충격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충격까지 더해져 그저 멍해지게 만든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삶을 살게 했을까. 그저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자신의 뜻대로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마숨의 인생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 모르겠다.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역사에서 존재하는 이슬람과 지금 우리에게 주는 느낌 그대로의 정치적 종교 이미지 뿐이다. 교리와는 너무나 다른 행동들이 모두 인정되는 그 종교가 나의 삶과는 너무나 멀리 있어서 별 관심도 없고, 우리와는 아주 먼,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몫>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을 읽다 보니 정말 너무나 먼 세계의 이야기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일궈나가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처럼 밝고 똑똑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반짝이던 한 소녀가 그저 첫사랑의 설레임을 경험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들에게 어떤 식으로 매도 당하고 어떻게 버림받고 강제 결혼 당할 수 있는지 그야말로 충격적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곳에서 여자는 자신의 삶을 살도록 태어나지 못했다. 아버지와 오빠, 심지어 남동생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기에 어떤 행동도 자유롭지 못하고 어떤 결정도 스스로 내릴 수가 없다. 같은 삶을 강요받는 불쌍한 딸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어머니 조차 평생 비난한다. 미래를 계획하고 아름다운 삶을 내다보던 한 소녀의 절망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녀의 삶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에 관심이 없었던 남편 대신 아이들을 키워야 했고, 평생 남편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가정을 굳게 지켜야 했다.

<나의 몫>은 마수메라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이란의 역사와 이슬람 문화, 그 안에서의 모든 신념, 가치관 등을 보여준다. 너무나 어려운 삶 속에서도 마수메는 자신의 신념, 가치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녀를 있게 한 것은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과 어떠한 관념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의 자존감과 건강을 지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평생을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한 그녀의 마지막에 또한 얼마나 가슴 아팠던지.

이 한 권으로 그들 문화를 전부 이해했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이론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너무나 불공평한 이 여성들의 삶 때문에 오히려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 이란 여성들의 삶을 알게 됨으로서 관심을 갖고 그들 삶이 더욱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0

에버네버님의 다른 게시물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처음 출간되자마자 너무 기쁜 마음에 구매해 놓고 구매한 사실을 까먹....ㅠㅠ

어느새 허옇게 바랜 책등을 발견...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너무 놀라서 일단 읽겠다고 시작은 했으나 다른 급한 책들에 밀려 무려 4개월 동안 찔끔찔끔 읽었다.

단편선이어서 가능은 했지만 한 호흡으로 읽지 못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한번은 읽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씀.



우선 프루스트의 가장 유명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읽지 못했고

읽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너무나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 전에 미발표 작품들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구입한 책이 바로 <밤이 오기 전에>



이 책은 프루스트의 습작들같은 느낌이 크다.

쓰다 만 듯한 단편도 있고 무엇보다 비슷한 결의 단편들이 이렇게 저렇게 시도된 듯도 보인다.

뒤쪽 해설을 보면 이 작품들로부터 결국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연결된다고 하니,

아마도 많은 연습을 한 결과들이 아니었을지.



'우와'하면서 읽었던 단편도 있고, 뭐라냐~하면서 읽었던 단편도 있지만

좀더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귀결.ㅠㅠ

밤이 오기 전에

마르셀 프루스트 (지은이), 유예진 (옮긴이) 지음
현암사 펴냄

4일 전
0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세계사에서 프랑스는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유럽이라는 하나의 대륙 중간에 위치하지만 고유의 정체성을 지니고 매 기점에 혁명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운 나라이다. 가장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를 한 번쯤 여행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사를 공부하다가 중요한 기점이 되는 프랑스가 궁금해져서 이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마냥 좋기만 했다고는 못하겠다. 우선 명칭이 많이 달랐다. 카롤루스나 피핀이라고 명명되던 고유명사의 명칭이 "샤를마뉴"나 "페펭" 등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기존에 내가 알던 이름이 맞나~ 다시 확인하게 되는 작업이 꽤나 힘들었다. 시간 순으로 봤을 때 같은 인물이겠거니 생각하기는 했지만 역사라는 부분은 그냥 추측만으로 넘어갈 수 없기에 차라리 책에서 세계사 기준의 명칭을 괄호 안에 넣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세계사 속의 프랑스사를 다루기보다는 프랑스만의 역사를 기술한 듯 보인다. 너무나 자세하고 세세한 역사 설명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할 때에도 세계사에선 나오지 않는 조선 왕조나 다양한 사건을 알아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다른 시선"이다. 세계사 속에서 설명되었던 여러 사건이 프랑스의 입장에서 설명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만 보던 시각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 뒤편의 부록도 무척 알차보인다. 중간중간 페이지의 "역사 속의 역사" 코너도 전체 책을 읽으며 다소 부족해 보였던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는 세계사를 공부하며 프랑스에 대해 궁금해져서 더 공부해보고 싶은 이들이나 이제 막 프랑스 관련 학과에 입학한 대학생들, 프랑스로 유학이나 이민을 가려는 사람들이 읽어보고 프랑스에 빠져보면 좋을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프랑스사

제러미 블랙 지음
진성북스 펴냄

1주 전
0
에버네버님의 프로필 이미지

에버네버

@yhkles

청소년 수업 책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주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

E. L. 코닉스버그 지음
사계절 펴냄

1주 전
0

에버네버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