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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렇구나" 했으면 어땠을까
"범법자들을 부르는 수많은 세부명칭이 있는 이유는 그들을 법의 어휘로 호명할 때 그들이 지닌 불온성이 '이해가능한' 대상으로 순화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단지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서 먹지 않을 것일 뿐이다. 그저 몸이 일러주는 대로 소박한 원칙을 실천했던 그녀에게, 사람들은 '채식주의자'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려 했다. 그녀의 시간과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군가가 실천하는 행위와 사람들이 그것의 속성을 규정하는 행위 사이에는 결코 해소될 수 없는 간극이 굳게 버티고 있음을 지켜보게 된다. '주의'라는 말은 대개 특정 대상에 대한 강력한 신념을 전제로 한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자연스럽게 '고기를 먹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렸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타인을 이해할 수 없을 때 그/녀를 그저 자연스럽게 움직여가도록 놓아주는 것도 이해의 방편 중 하나이다. 생각보다 타인의 습성과 문화에 대해서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채식주의자'는 사람들이 그녀의 행위를 이해하기 쉬운 속성으로 환원한 호칭에 불과하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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