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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의 표지 이미지

영화관에 간 의사

유수연 지음
믹스커피 펴냄

영화관에 간 의사 
 
믹스커피 출판사에서 출판한 영화관 시리즈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워낙 영화를 좋아해서 이기도 하지만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화 속의 클래식, 심리학, 철학, 약학 등을 분석해서 설명해 주는 부분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책을 읽고 다시 그 영화를 보게 되는 계기를 가져다 주어  이 책 시리즈를 빠짐없이 읽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영화관에 간 의사다.
이번 책의 저자이면서 의사인 유수연 작가는 그리스 신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인 것 같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매번 연결하고 있다.
단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길기도 하거니와 외우기도 어려워 책을 읽는 중에 누가? 누구와 비슷한 인물이라고 했지? 하면서 앞 페이지를 다시 넘겨보는 수고스러움이 있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있으니 책을 읽거나 사물을 대할 때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볼 때에도 본인의 직업과 관심 분야에 따라 보고 느끼는 관점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책의 저자인 유수연 선생님은 직업이 의사인 만큼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면서 살다 보니 다른 사람보다 몇 배가 넘는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고 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2022년에 보았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의학적인 부분을 읽고 나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사 장해준과 살인 용의자 송서래 사이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스릴러였는데 저자는 '운디네의 저주'라는 전설로 이 영화에 접근하고 있다.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소시오패스 같은 행동을 보이는 송서래,  그녀의 매력에 빠져 수사의 방향을 흐리는 형사 장해준. 그녀와 영원히 헤어지게 되어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의 비애가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해하기 힘들어서 진부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영화의 장면들이 다시 머리 속을 스친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매번 울면서도 3번 정도 보았던 기억이 있다.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의 환상적인 연기 조합도 좋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젊어져가는 브래드 피트가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는  쓸쓸함을 담은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태어날 때 노인으로 태어나 세월이 갈수록 젊어지는 운명을 타고 난 벤자민과  아기가 되어가는 벤자민을 끝까지 보살피는 그의 아내이자 연인 데이지의 사랑이 참 아름답고 슬퍼서 난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울었다. 
 
의사의 시각으로 영화 속 벤자민은 조로증 환자가 되었다가 소아 치매 판정을 받게도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재 1,800만 명 중 1명 꼴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조로증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가 350명 정도 있다고 한다. 
 
영화 '조제가 걸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여인과의 사랑에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어지는 안타까운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다. 
지금은  질병이 진행하기 전에 약제를 투입하면 장애가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있으니 의사의 시각이 참으로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의학이란 분야가 특수 전문 분야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 무심코 흘려보냈던 장면도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해주니 영화가 재해석 되는 느낌이다.
 
 인생이란 사람들과 추억으로 완성된다.
나는 사람들과의 추억과 더불어 좋은 책 한 권, 감동적인 영화 한 편에서도 그 의미를 찾는 1인이다. 
 
영화관에 간 의사!
의사 유수연의 영화 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있다. 
지금까지 본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으로 또 다른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지며 이 책 읽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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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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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맨 
 
마틴 맥도나의 연극 대본 필로우맨 
 
소름 끼치도록 천재적인 작품이다.
연극 시나리오도 이렇게 독자들을 몰입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작품이다.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아서 
책을 다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이미 국내 여러 지역의
연극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 
 
이야기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잔혹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 카투리안과 지적 장애를 가진 그의 형
마이클이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취조를 받는 이야기다. 
 
카투리안은 어린 시절부터 잔혹한 이야기를 써왔으며, 그의 이야기들은 섬뜩하고
불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이 사건들의 범행 수법이 카투리안이 쓴 책의 이야기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또한 카투리안의 집에서 아이들의 살인 사건과 관계되는 증거물이 발견되었다. 
 
카투리안은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심문을 받게 된다. 
 
경찰은 카투리안을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체포해서 심문 중이다. 
카투리안을 취조하고 있는  옆 방에는 그의 형 마이클이 참고인 겸 공범으로 잡혀와 있다. 
 
형사들은 카투리안이 쓴 책의 이야기가 실제 살인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의심하고, 그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파헤치기 시작한다.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취조 과정에서 카투리안은이 자신이 쓴 이야기와 현실 사이의 연결 고리를 부정하며, 형사들의 질문에 끊임없이 맞서 싸운다.
동시에 그의 형 마이클은 자신의 과거와 동생의 이야기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한다.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그리고 잔혹한 이야기가 현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예술과 폭력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카투리안의 잔혹한 책 이야기는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현실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 정치, 인간의 심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가는 과연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창작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게도 한다. 
 
이야기가 끝으로 향할수록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행동은 때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반전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독자들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고 진실의 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한다. 
 
제목  '필로우맨'이 시사하는 것은 예술, 인간, 사회, 그리고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잔혹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의 머리는 원형 베개였어, 그리고 머리에는 단추로 만든 두 눈과 미소 짓는 커다란 입이 있었는데, 항상 미소를 짓고 있어서, 항상 이빨이 드러났어, 이빨도 베개로 만들어졌어. 작고 하얀 베게들" 
 
카투리안은 베개를 사용하여 7년 동안 형 마이클을 고문했던 그의 부모르 살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조실에서 잠든 그의 형 마이클을 베개로 입을 막고 살해한다. 
 
비극적인 내용이지만,
인간이 가진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성향을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경찰이 취조해 나가는 과정에서 카투리안이 쓴 이야기들이 전개되며 그의 가정사가 하나 둘 드러나는 장면과 그러한 모든 것이 그와 그의 형 마이클의 삶에 미친 영향, 그리고 사회적 파장까지...... 
 
이러한 소재를 창안해서 작품으로 만든 마틴 맥도나의 필력에 찬사를 보낸다.
베스트셀러는 독자들의 마음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 
 
21세기 최고의 천재 극작가 마틴 맥도나의 대표작이라는 명성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도서협찬 #부드러운독재자 #희곡 #마틴맥도나 #연극 #문학  #필로우맨 #연극 
#시나리오 #소설 #책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귀스타그램 
#베스트셀러 #대본 #이야기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스토리텔링 #킬러들의도시
#이니셰린의밴시

필로우맨

마틴 맥도나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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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한 줄의 고전 인생 문장

유난히 더웠던 2024년 여름이다.
더운 여름 밤과 이른 새벽 마음을 정화하면서 
읽었던 책

삶의 순간 순간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책

성공은 신화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사상가이자 '도덕경'의 저자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을 이루더라도 머물지 마라"

대부분의 사람은 작은 성공으로 평생 우려 먹는다.

"왕년에 나는 ......" 하면서

한때의 성공과 영광은 사람을 그 자리에 묶어둔다.

그러나 성공에 얽매이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계속 꿈을 꾸고 꿈을 향하면
'영원한 현재'를 살게 된다.

노자의 말, 공을 이루되 머물지 말라는 것은
계속 꿈을 향해 나가고 실천으로 옮기라는 뜻이다.

또한 노자의 말 중에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
가 있다.

교육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곧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
를 말해준다,

지금 우리의 교육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미래를 함께 꿈 꾸는 것이다.
기다려주고, 자주 뒤집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김승희 시인의 시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의 도입부다.

모든 섬은 홀로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 밑으로 연결되어있어 외롭지 않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혼자인 것 같지만 마음이 연결되면 혼자가 아니다.

공자는 56살의 노년이 되어서 중원 땅을 떠돌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떠돌아다니자 수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했다.

'정치에 기웃거린다고 흉을 보는 기득권층의 오해......'

그런 오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아는 자는 하늘일 것이다"

공자의 탄식에는 그러한 오해에 대한 억울함이
묻어 있다.
그럼에도 공자는 언제가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만나게 되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천하를 떠돌아다녔다.
끝내 그런 위정자를 만나지 못하고 노나라로 되돌아오지만.......

그러나 공자의 떠돌던 13년에도 '그래도'가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현재가 지옥이라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그래도!
그래도 힘내라고 속삭이는 그래도!

그래도 라는 섬이 있어서 오늘도 힘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는 현실을 희망으로 연결해 주는 긍정의 섬이다.

우리 마음 속에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그러나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난다.

우리 사람도 그렇다.
말씨와 행동, 마음 씀씀이와 인성, 삶의 깊이
사람들이 가진 품성에 따라 풍기는 향기는 다르다.

향기 나는 사람을 만나면 그 따뜻함과 향기로움에 
상대방은 맑아지듯 행복해진다.

향기는 사람을 모으고, 마음을 모르고
감동을 모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고전을 읽는 시간은 참 행복하다.
글 속의 깊이에서 뜻을 헤아려 보고
그 속에서 넓고 깊게 나는 익어간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인생 문장과 마주했다.

한 편의 고전은 우리가 사는 동안 
숱한 세월과 사람과의 삶 속에서 발효되어 
어디에 넣어도 맛을 내는 문장 덩어리로 
지친 우리의 삶에 울림을 준다.

그래서 나는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 이 책 읽기를 권한다.

#부드러운독재자 #인생문장 #원앤원북스 #고전 #글귀 #명언 #글귀스타그램 #독서 #독서모임 #그래도 #책 #책추천 #인문학 #철학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쓰기 #작가 #에세이

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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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상선 이황 
 
창비에서 지원 받아 경상대 교육대학원 교육철학 전공학생들과 함께하는  '사유의 정원' 철학동아리에서 한국사상선 '이황' 편을 함께 읽었다. 
 
1학기 때 동양교육철학을 공부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공자의 유학사상과 한국의 유학에 대해 공부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 창비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사상선은 우리 전공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2026년 창비 60주년이 되면 총 30권이 완간 된다고 하니 벌써 기다려진다. 
 
동아시아 사상의 흐름은 크게 유교와 불교, 도교인데,
한국은 이러한 세 가지 사상을 모두 흡수하며 발전시켜 왔다.
특히 중국과 지역적으로 인접한 까닭에 고대로부터 유교사상이 한국에 들어와
민족정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유교는 중국을 발상지로 하고 그것이 여러 나라로 전해졌다.
삼국시대 이전의 한국사상에 관해서는  문헌 부족으로 자세히 알 수 없으나
한자와 더불어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삼국시대 당나라의 학제인 국학을 받아들인 때를 그 기원으로 삼는다. 
 
당시의 유교는 유능한 관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고,
부차적으로는 지도 계급으로 하여금 경사에 통하게 하고 사부와 문장을 능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특히 조선의 유교는 철학이 중심이었고 그 철학은  실제 행동으로 민중을 움직였다.
국정의 부패를 규탄하는 유생들의 상소가 있었고,
국권이 침해되었을 때 항거하는 의로운 행동이 있었다.
 
선조때는 많은 유학자가 배출되고, 리기 심성(理氣 心性)의 신유학(宋學)이 크게 일어나 조선 유학의 전성 시대를 이루었다.
그 중에도 이황과 이이는 가장 뛰어나 한국 유학사상의 대표적 유학자다.  
 
한국사상이라는 표현 자체가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황편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역사에서 지성들의 사상과 철학이 재조명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조선 시대 유학은 연구와 실천에 있어 이황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이황은 조선 유학의 분수령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황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그러나 12세 때 숙부로부터 논어를 배웠고 20세에는 건강을 해칠 정도로
'주역' 등의 독서와 성리학에 몰두했다고 한다. 
 
이황의 성리학은 정자와 주자가 체계화한 개념을 수용하여 '이(理)를 보다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서 '이기이원론'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를 모든 존재의 생성과 변화를 주재하는 우주의 최종적 본원이자 본체로서
규정하고 현상세계인 '기(氣)'를 낳는 것은 실재로서의 이라고 파악했다. 
 
이황은 토론을 좋아했고,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남의 평론을 즐겨 들었다고 한다.
학문에서 자신하는 태도가 지식의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고 이를 경계했고,
타인과의 논변을 통해 칠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고 학문적 관점을 넓혀나갔다. 
 
1549년 풍기군수를 사직한 뒤 줄곧 학문에 전념했는데
자신이 벼슬에 맞지 않다고 여겼다. 
 
이황의 업적들을 읽으면서 이 시대에 오직 학문에 증진하는 이황과 같은 진정한 학자가 많지 않음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의 사상적 측면에서 '선'을 실천하다가 당하는 비방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기를 당부한 부분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즉, 그의 논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때로 비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조선의 사림이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맞서는 주요한 전통이자 계승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황의 이기이원론은 한 번 읽으면 따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몇 번을 읽고 있으면 그 뜻이 이해가 되고 그 가르침이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은 곧 이(理)다. 그 덕은 네가지가 있다.
원, 형, 이, 정으로 원은 시작함의 이다. 형은 형통함의 이다, 이는 완수함의 이다, 정은 종결함의 이다. 사덕이 순환하여 쉬지 않은 것은 진실하여 속임이 없는 것의 정묘함이 아님이 없다" 
 
옛 선비와 학자들은 글귀 하나 문장 하나에도 이렇게 철학적 함축성을 담아내고 있다. 
 
한국사상선 이황편은 한편으로는 난해하고 어렵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정독하면서 그 뜻을 알아가는 시간은 새로운 길을 알게 되는 기쁨의 순간을 맞이함과 같다.
 
 "공자는 계속 잇는 것은 선함이고 이루는 것은 성이라는 논의를 했다.
주자는 무극이면서 태극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모두 이와 기가 서로 따르는 가운데 이를 따로 꺼내어 단독으로 말한 사례다" 
 
문장 하나 풀이하는데 많은 시간이 든다.
도 닦는 심정으로 더운 여름 날 읽은 책이다. 
 
양명학 비판, 사칠논변, 서원과 향악의 선도, 군자의 길........ 
 
여름 
 
아침
새벽 일어나면 빈 뜰 대나무마다 이슬 선명하여
창문 밀치고 멀리 푸른 산빛 마주하지.
어린 동자 익숙하게 물 한병 따라 부을 때
얼굴 씻는 대야에 탕왕 날마다 새겼던 좌우명. 
 

조용한 한낮 산속 강당으로 햇살 맑아
옥빛으로 빼어난 나무들 처마와 기둥 둘러싸고,
북쪽 창 아래 한가롭게 누워 태곳적 사람 되면
서늘한 바람 한마리 새소리 실어오지. 
 
저녁
석양의 고운 빛 계곡과 산 진동할 때
바람은 자고 떠도는 구름 사이 새들은 저대로 돌아오고,
그윽한 그리움에 홀로 잠기니 누구와 더불어 말하랴
바위 언덕 고적한 사이로 물 소리만 졸졸. 
 

고요한 뜰 빈산에 달 절로 밝고
짐을 벗은 이부자리 꿈속 혼도 맑지
깨어선 혼잣말 고하지 않으니 무슨 일인지 어찌 알랴
누우면 들리는 건 한밤중 학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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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

이황 지음
창비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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