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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제148회 나오키상 수상작)의 표지 이미지

누구

아사이 료 지음
은행나무 펴냄

"아르바이트를 업무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 너의 노력이 부족해서 실현하지 못한 기획을 '없어졌다'고 말해 보기도 하고, 사실은 미칠 듯 되고 싶으면서 '주위 사람에게서 편집자나 아티스트가 되면 어떠냐는 말을 듣는다'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 그런 사소한 표현 하나하나로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겠다는 그런 모습, 아무도 이해 안 해. 아무도 따라와 주지 않아."
미즈키는 아무도, 하고 말의 윤곽을 한 번 더 더듬듯이 되풀이했다.
"다카요시는 계속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과정을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 그런 말을 늘 하고 있어. 누구를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었다, 이런 것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 이런 책을 읽고 있다, 이런 것을 고찰하고 있다, 주위는 내게 이런 것을 기대한다."
미즈키는 숨을 들이마셨다.
"10점이어도 20점이어도 좋으니 네 속에서 꺼내. 네 속에서 꺼내지 않으면 점수조차 받을 수 없으니까. 앞으로 지향하는 바를 멋진 말로 어필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모두에게 보여줘. 너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 끝에 네 속의 것을 꺼내 놓아 봐. 몇 번이나 말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봐 주지 않아. 100점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숙성시켰다가 표현한들 너를 너와 똑같이 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니까."
미즈키는 거기까지 말하다, 정신을 차린 듯이 입을 다물었다.
"미안."
미즈키는 발밑에 놓여 있던 가방을 낚아채듯 들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너무나 빠른 동작이어서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다카요시는 아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리카는 고개는 돌리지 않고 눈으로만 다카요시를 보고 있다. 고타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펫 위에 떨어져 있는 한입 크기 치즈의 포장지를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에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 무엇이든 걸작이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너는 줄곧 그 속에서 나오지 못할 거야."

"지금의 내가 얼마나 촌스럽고 꼴불견인지 알아. 외국 자원 봉사를 무시하는 대학생이나 어른이 많은 것도, 학생 주제에 명함 따위 갖고 다닌다고 지금까지 만난 어른들이 속으로 비웃을 거란 것도 알아."
알고 있어.
리카는 한 번 더 확인하듯이 말했다.
"비웃는다는 걸 알면서 어째서 그런다고 생각해?"
리카는 이를 악물면서 그다음 말을 쥐어짜는 듯이 보였다.
"그것 말고는 내게 남은 길이 없기 때문이야."
입술에서가 아니라 온몸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촌스럽고 볼썽사나운 나를 이상적인 나에 가깝게 하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이렌이 울리는 것 같군, 나는 생각했다.
"촌스럽고 볼썽사나운 지금의 내 모습으로 '이렇게까지 하는데?' 할 정도로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단 말이야!"
떨듯이 그렇게 말하는 리카는 마치 온몸이 울리는 것 같아 보였다.
귓속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자신은 자신밖에 될 수 없어. 아무리 유학하고 인턴하고 자원봉사를 해 봤자, 나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걸. 동경하는, 이상형인 누군가도 될 수 없었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고 낯선 땅에 학교를 세우기도 한 손으로, 남의 메일 주소로 트위터 계정이나 찾고, 남이 합격한 회사를 검색하고. 그게 블랙 회사라는 소문이 도는 곳이라면 좀 위안을 받고. 지금도 촌스럽고, 볼썽사납고, 추한 나 자신인 채로야. 뭘 하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 앞으로는 이제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내 이름은 바뀌지 않는구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의 나인 채로잖아, 앞으로 줄~곧.
"하지만 이 모습으로 발버둥 칠 수밖에 없잖아."
소리가 소용돌이가 되어 간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아무리 비웃어도 인턴도 외국 자원봉사도 어필할 것이고, 취업 정보 센터에도 다니고, 내 명함도 뿌릴 거야. 볼썽사나운 모습인 채로 죽을 둥 살 둥 발버둥 칠 거야. 그 방법에서 도망쳐 버리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 10점이어도 20점이어도 좋으니 네 속에서 꺼내. 네 속에서 꺼내지 않으면 점수조차 받을 수 없으니까. 100점이 될 때까지 무언가를 숙성시켰다가 표현한들 너를 너와 똑같이 보는 사람은 이제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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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덤덤하게 말했다. 이젠 엄마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가 더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아진 건 아닐 거다. 유년기에 받은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으니까. 딱지가 앉지도, 흉터가 아물지도 않는다. 무당이 모시는 할머니가 내 기억을 봉인시킨 이유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온 어른의 배려였을까. 남편의 기억을 봉인시켜주고 싶었다. 그리할 수 없기에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나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면 나 역시 남편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남편이 받아야 했을 사랑을 내가 대신 받은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언니와 만난 적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언니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줌마에 대한 기억도 따라나올 테니까. 어두컴컴한 방 침대 위에 오도카니 홀로 앉아 있던 언니의 외로운 옆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영영 혼자 간직하기로 했다.

없는 사람들을 생각해

정지혜 지음
자이언트북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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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계속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해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상관없어져.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어차피 끝내 알 수 없을 테니까.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거야.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을 왜 계속 생각할까?"
장 사장이 선형을 돌아보았다. 선형은 몰래 챙긴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래서 어, 나 설마 걔 좋아하나 했지. 이게 전부야."

입속 지느러미

조예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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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기분 좋은 바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캐치볼. 그 좋아하는 사람이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치에코씨는 참으로 분에 넘치는 인생이구나 하고 절절히 느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자신의 삶에 슬픈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 행복이 그대로 계속될지 어떨지 그런 건 모른다. 노력해도 도저히 안 되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노력할 수 있는 건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고, 사실 그런 노력은 "고마워"란 말이나 "미안해"같은 이런 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치에코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4

마스다 미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4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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