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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민음사 펴냄
매일같이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면 어떤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감이 온다.
물론 가끔 귀차니즘이 생겨 대강 읽거나 표지에 꽂히는 경우는 예외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이 9.11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어느샌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읽고 싶었던 건 아니다. 너무나 큰 불행은, 왠지 꺼려지게 되곤 하니까. 그럼에도 동명의 영화 속 소년의 표정이 너무나 각인되는 바람에,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 라는 이상한 계획을 세워버렸다.
2001년 9월 11일, 나는 한 무역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출근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에 있던 TV에 전원이 켜졌다. 이사님이 "다들 이리로 와 봐"라는 말에 다가간 곳엔 세계 무역 센터가 비치고 있었고 곧이어 비행기 한 대가 그곳으로 돌진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나와 미국의 세계 무역 센터는 너무나 먼 곳이지만 그렇다고 그 거리감으로 그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에,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말도 안된다고, 저건 무슨 영화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날, 한 소년은 학교에 등교했다가 선생님들의 조치로 바로 하교한다. 집에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고 전화의 깜빡임에 다가가 녹음된 내용을 들은 이 소년, 오스카는 그 이후 이때 잃은 아빠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엔 분명 오스카의 시점에서 시작되었으나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편지 형식 등이 더해지고 9.11 테러뿐만 아니라 드레스덴 폭격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더해져 결국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우연히 아빠의 물건 속에서 열쇠 하나를 찾게 된 오스카는 아빠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열쇠의 자물쇠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해 나아간다.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스카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나는 몸을 모로 누이고 언니 옆에서 잠들었지.
너에게 지금까지 전하려 했던 모든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란다, 오스카.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439p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고 세월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후회가 없게, 나의 사랑을 가까운 이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구성 면에서 무척 특이하다. 중간 중간 이미지 사진이 들어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은 페이지가 여러 장, 한 문장씩이거나 계속 겹쳐서 읽을 수 없는 장도 여러 장.... 마치 소설이 영화처럼 보이도록 시각적으로 최선을 다 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영화를 보듯 오감으로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읽었던 책 중 가장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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