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얇은 분량의 책이지만 올해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대회를 통해 어떤 전략이 딜레마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내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죄수의 딜레마란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상호 협력을 했을때는 각각 3점을, 상호 배반을 했을 때는 각각 1점을, 한 사람이 배반을 하고 한 사람이 협력을 했을 때는 배반한 사람은 5점, 협력한 사람은 0점을 얻는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상대가 협력으로 나온다면 내가 배반을 하는 것이 유리하고(5점>3점), 상대가 배반으로 나와도 내가 배반을 하는 것이 유리하므로(1점>0점), 둘다 3점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을 놓치고 둘다 1점만 받게되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 것으로 인해 개인이(그 동기가 무엇이든) 최선의 선택을 하면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애덤 스미스의 고전경제학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실험 내용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진화생물학자의 도움을 받아 진화론적으로 접근하였다는 점에서 훨씬 더 참신하다. 두 번의 대회를 우승한 프로그램은 코드 5줄로 이루어진 매우 간단한 규칙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Tit for Tat 전략(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다. 이 전략은 먼저 협력하되 상대가 배반하면 나도 배반하고 상대가 협력으로 돌아서면 나도 다시 협력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전략은 다수의 비신사적 전략(먼저 배반하는 프로그램들)에 비해 그 성과가 압도적으로 좋았는데, 이를 통해 자연에서 어떻게 협력이 창발하고 또 진화되는지를 이 책은 분석한다. 생물의 진화에 대한 관점 외에도 국가간의 외교, 조직 내에서의 처세, 개인 삶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협력의 진화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시스테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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