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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밀한 역사 (과거와의 대화는 어떻게 현재의 삶을 확장하는가)의 표지 이미지

인간의 내밀한 역사

시어도어 젤딘 지음
어크로스 펴냄

이 책은 현재의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무엇'(지극히 개별적인 인간들이 고민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될 수 있겠네요..)이 과연 어디서 연유되었고 어떻게 해결되어 왔는지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자인 테오도르 젤딘(Teodore Zeldin)은 방대한 지식과 화술로 인간의 아주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훌륭히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젤딘이 본 인간의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가 무엇이냐고요? 그것은 우리들이 맺고 있는 '관계'입니다. 이 '관계'는 단지 사람과 사람의 감정의 흐름 뿐만 아니라, 호기심, 두려움, 그리고 선택함에 있어서의 갈등 등... 나와 다른 사건들이 맺게 되는 우리 자신 속의 이야기들입니다.

'관계'를 서술하는데 있어서 테오도르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거대담론을 제시함으로써 역사적 맥락 안에서 개인을 파악하는 깔대기 모양의 그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의 초상에서 시작해서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배경을 역사적이고 문화사적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보다 큰 범주 안에서 논하는 확성기 모양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즉 미시사적 관점의 서술인 것이지요. 따라서 젤딘에게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의 문제는 모든 인간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성숙이며 발전이고 다양함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어떻게 과거에 비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현재의 모색은 어떠한 모습인지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경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다양한 많은 익명의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들과 생활들이 테오도르의 손을 거치면서 하나의 장엄한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의 경험의 청취자가된 젤딘은 특이하게도 모든 인터뷰를 한 지역(프랑스), 그리고 여성들에게서만 국한하고 있습니다. 모든 장들은 이 인터뷰로 시작해서 그 인터뷰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의 삶과 욕망, 감정 등을 젤딘의 다층적이고도 다원화된 렌즈를 통해서 다시금 되새김질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 편중되었던 경험이 각 장의 말미에 가서는 전인류를 보듬을 수 있는 보편성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젤딘은 흥미로운 주제를 총 25장에 걸쳐 제시합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서서히 흥미로운 대화가 가능하게 된 경위'; '섹스보다 요리법이 더 발달한 이유'; '호기심은 자유의 열쇠가 되었다'; '도피의 기술은 발전했지만 도피할 곳은 잘 모르는 이유'; '성 해방과 소비 사회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흔히 삶이 우울한 이유';... 등 인간이 지금 현재 진행중인 내면의 성장사를 여러가지 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과의 '만남'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무엇과의 조우가 없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참다운 자극이나 발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무엇을 만난다는 것은 하나의 충격이고 괴로움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테오도르의 관점에서 만남을 이해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만남은 걱정과 근심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또한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희망은 바로 인간다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꿈은 물질도 명예도 아닌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음이 아닌지.. 오늘도 고민해 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만나야겠습니다.

(예전 알라딘 서평 쓴 것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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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슬픔을 눈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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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1

한강 지음
미디어창비 펴냄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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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것은 대체로 피곤한 일이다.
삶이 꾸려지는 결들은 수려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뒤엉킴 가득이다. 게다가 내가 살아가지도 않았던 삶이니…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제목에서 예고하였듯이 피식 거리며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된다. 만져지는 감정과는 다른 웃픈 과정들이 다양한 마음을 바라 보게 된다. 웃었을까? 울었을까? 그 때 그 곳에서 그랬을 누군가가 지금은 이렇게 웃길 수 있다면 꽤 괜춘하지 않은가? 지나온 나의 시간에도 이렇게 예쁜 태그를 달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먹어‘ 본다.

채플린의 말처럼 삶은 가까이서 웃음이 건져진다.
비록 ‘가시덤불에 갇힌 풍선’이라도 간질거리는 미풍이면 아슬아슬한 비행이 가능하다.

(알라딘 서평 쓴 것 옮김)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김양미 지음
헤르츠나인 펴냄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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