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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의 표지 이미지

멜라닌

하승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재일이 세상에서 고립되어 도서관에 다니며 쌓은 지식과 체득한 통찰력으로 결국엔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인정받고 성공한 이방인이 되는 상상을 잠깐 해 보았다. 그랬다면 뻔한 아메리칸 드림 서사가 되었겠지만,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 생겼었다.
그러나 병원 복도를 빠져나오며 “너희들은 자신이 뭘 가졌는지 몰라”라고 말하던 순간,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회적으로 내재된 차별은 개인기로 그렇게 간단하게 극복될 리가 없다. 말미에 나오는 대로 그것은 닿지 않고 듣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과의 싸움이니까, 시스템에 들어가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축이 아닌 지평선을 따라 넓게 확대되는 연대를 위한 재일의 걸음은 길고 지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끝내 해피엔딩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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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이나 인문학을 파고 들면 수학/과학적 태도와 사고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과학과 공학을 파다 보면 철학에 도달한다. 문과 이과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세계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 본 적 없는 이들의 편견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좋다.

빛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거나,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전자나, 진동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론물리학은 자주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과 관념을 뛰어 넘는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들을 인지하고 있을 때, 우주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생명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존재는 상호작용과 관계에 따라 정의되는 것을 이해할 때, 언제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당신은, 나는 물리학자가 된다. 과학이라는 안경을 쓴 철학자가 된다.

그렇게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 책이다.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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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경제학 책을 좀 읽어볼까 생각하던 차에 도착한 12월의 플라이북. 본격적이지만 본격적이지 않게 시작하기 좋은 책. ‘스무 살 때 이런 책도 읽었으면 조금 더 균형감각이 생겼을 텐데’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배우기 가장 좋은 나이도 그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 시절엔 그렇게 대안이 없다고 고민했었는데 사실 대안 속에 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아마도 대안이 아니라 더 넓은 공감과 더 더 많은 연대겠지.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장 쉬운 경제학

남시훈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4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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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말 플라이북에서 책을 받아 표지만 보고 올렸던 피드가 생각난다. ”고액연봉 받는 40대 대기업부장 하면서 책도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부끄럽지만 나는 이것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할 용기가 없으니까.

위기는 날마다 느낀다. 내가 일하는 이 업계는 늘 부침이 있고 국내외 정세에도 민감한데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규모가 크다 보니 오르락내리락하는 진폭이 커서 침체기에는 중견기업들도 문을 닫는다. 회사 내 타이틀을 떼어버리면 나는 별 것 아닌 정체성이 될 수도 있지만, 더 두려운 것은 덩치로 버티는 대기업에서도 사람을 내보내야 할 정도의 시장 상황이라면 동종업계에서는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은퇴 후의 삶이 20년, 30년 경력 쌓아온 일이면 가장 아름다울 텐데 그게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늘 위기라고 말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깊이 공부하는 일은 참 어렵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 책은 독서법, 기록법, 블로그 운영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라고, 작은 습관과 성공을 쌓아가면서 의지를 단단히 만들라고, 결국엔 계속 움직여서 인생을 바꾸라고 말한다. (솔직히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자기계발서의 뻔한 레파토리가 될 수도 있었다.) 아, 그렇지. 인생을 바꾸려면 둘 다 하고 있을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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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넘어, 인생의 주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독서의 기록

안예진 지음
퍼블리온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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