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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공명 만화의 표지 이미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공명 (지은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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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 기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살려 봤다. 아마도 아이들이 어렸을 땐 한창 동물원을 다녔으니 아마도 그 중 겨울 기린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각인된 건, 겨울 기린보다는 훨씬 더 오래 전 큰 할머니댁에서 보았던 누렁이라는 이름의 황소의 눈이다. 그 커다란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 차서 정말로 슬퍼보였던 황소의 눈. 소가 이렇게나 슬픈 동물이었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게 대입해서 생각했던 건 아니다. 난 감정, 공감 이런 거 잘 안된다는 극 T이니.



그래서인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를 읽어나가며 온전히 공감하기보다는 이게 말이 되냐며, 이런 엄마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만 가득했다. 사실 난 청소년을 키워 낸 50대이니 송이 엄마에게 공감해야 맞는 것이 아니가 싶었는데 암만 생각해도 사랑을 찾아 딸의 감정 따위 돌아보지 않는 엄마에게는 공감을 못 하겠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오도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송이가 너무 가엾어 울컥울컥 얼마나 했는지~!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는 엄마와 둘이 사는 한송이 앞에 어느 날 등장한 엄마의 연애 대상자, 북극곰이다. 그동안 엄마의 연애를 지켜봤던 송이는 이번에도 연애가 잘 되지 않아 상처받을 엄마를 생각해 연애를 반대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연애에 푹 빠져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꽃집도, 송이에게도 관심이 줄었다. 송이는 이제 겨우 중학생일 뿐인데,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지는 엄마가 야속하다. 송이는 이 연애를 끝장낼 수 있을까?



송이의 주변인들의 캐릭터가 탄탄하다. 마치 주변에 정말 있을 것 같은 인물들로 송이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따뜻한 인물들이다. 다소 엉뚱할 수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준서와 그 준서를 홀로 키우는 광석, 꽃집의 이웃집에서 언제나 송이의 등장을 반겨주는 홍 이모까지. 송이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함께 나눠준다. 그런 이웃들이 있기에 송이는 자신의 고민을 끝까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빠라는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등장시킴으로써 송이의 환경을 찬찬히 설명하며 온전히 송이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필력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한국 청소년 소설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이라고 서로를 의지학도 살아갈 순 없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땐 똘똘 뭉쳐야겠지만, 각자 홀로 설 수 있어야 진짜 가족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결국 육아란, 독립된 자아로 잘 길러내는 것이다. 송이가 홀로 잘 설 수 있기를~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겨울 기린을 보러 갔어

이옥수 지음
특별한서재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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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애정하는 시리즈, 일본 문학 컬렉션 06번째 책이 나왔다. 일본의 근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주제별로 엮은 시리즈로 매 시리즈마다 독특한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다음 편집이 기대되는 시리즈다. 이번 여섯 번째 작품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엇갈리는 그 여자 그 남자의 이야기"(부제)를 담고 있다고 한다. 흠~ 막상 읽어 보니 그게 맞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는 하는데 어쨌든 그 여자, 그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맞기는 하다. 그 사랑의 정도가 좀 과격하다고나 할까, 무섭다고나 할까~ ㅎㅎ확실히 일본 작품이구나 싶다는 점을 제외하면.



책에는 일곱 작가의 열 한 작품이 실려 있다. 한 작가에 하나의 작품이 있기도 하고 많이는 세 작품이 실린 작가도 있다. 첫 작품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신"으로,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슌킨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뮤즈로서 자신의 열정을 쏟아붓는, 하지만 평범한 이로썬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로 범죄의 경계선을 왔다갔다 하므로 읽는 이로선 가슴을 졸일 수밖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두 작품은, 심리 묘사가 역시나 뛰어나다. 앞의 작품 "가을"은 제목 그대로 놓쳐버린 사랑과 동생을 질투하는 마음 사이의 쓸쓸함이 그대로 느껴졌고 "게사와 모리토"는 두 남녀의 각기 다른 서로의 생각을 두 서술자가 교차하며 보여준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 "굿바이"는 다소 웃음이 나는 작품이었다. 신나게 문어발로 연애를 하던 남자가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신나게 읽고 있었는데 미완성 작품이라 좀 아쉬움~ㅠㅠ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고사카이 후보쿠의 "연애 곡선"이다. 음산하고 이상하다. <안녕, 나의 그대> 전편에 조금씩 흐르는 일본 사랑 이야기의 가장 고난이도 작품이랄까. 그래, 이런 이야기는 일본에서밖에 없겠지~ 싶은 이야기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참 별 짓을 다 하는구나... 싶은 것이.



가장 마지막 작품인 이토 사치오의 "이웃집 아내" 정도만 좀 유쾌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근대 작품으로 사랑이야기는 좀 버겁다. 이렇게까지?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이렇게 한 주제로 읽으며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는 건 역시나, 재미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안녕, 나의 그대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6명 지음
작가와비평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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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진작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 먼저 구입해 놓고, 왠지 <맡겨진 소녀>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둔 채, <맡겨진 소녀>는 구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일단 대여 후 이제야 읽어 본다.



1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워낙 짧은 단편 소설이라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틀이지만 온전히 책만 읽은 시간으로는 2시간도 안될 터. 그런데 참 이상하게 한 문장, 한 문장 벌써 읽어내려가는 게 그렇게 싫더라는 것.



작가는 그저 담담히 이 소녀의 시점에서 간결하게,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생각하는 것을 나열할 뿐이다. 그런데 그 나열 속에서 소녀의 상황이, 소녀가 받은 애정이, 그럼으로써 이 소녀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독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가장 마지막 문장에 왔을 때에는 "울컥!" 하게 되는 것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표현하며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30p"이라니!



어떤 상황에서 자라더라도 아마 이 여름이 있었기에 소녀는 제대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돌풍을 일으킨 작가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책방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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