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명하고 날이 선 글에 매료된 적이 있다. 칼 위에서 굿판을 벌이는 듯 글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런 그가 여든이 다 되어 쓴 산문은 어떤 글일까 궁금했다.
하필 제목부터 허송세월이라니… 분명 치열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 여겼는데 반어법인가. 책을 읽으며 키득거리다 눈물을 짓다 심각해지기를 반복하며 깨달았다. 역시나 그는 치열하게 읽고 생각하고 쓰며 살고 있었다. 간만에 책을 읽으며 여러 차례 국어사전을 뒤적거렸다.(실제는 검색했다만)
종종 미래를 생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 역시 그와 같이 살기를 바라마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게으르다. 보이는 건 그저 보는 것에 그쳤고 읽는 것도 읽히는 데에서 그만뒀으며, 진득허니 쓰지 못하고 쓰다말기를 반복해왔다.
아직도 습관을 들이지 못하고 이토록 나태한 나를 돌아본다. 어쩌다 십수년째 회사원이나 아직도 회사일은 버겁기만 하고, 일한다는 핑계로 살림은 뒷전이고, 그렇다고 쉬는 날엔 티비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