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
“그리고 말이다 핀. 네 마음을 절대 모를 것 같은 사람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렴. 어쩌면 그 사람이 바로 네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겠니.
핀,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다. 속은 이렇듯 다른 비밀을 품고 있어. 식물도, 동물도.”
“사람도요?”
핀이 이불 밖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어.
“그렇고말고! 핀, 가만히 들여다보렴. 겉으로 보이는 것은 아주 작아. 사람은 모두 커다란 세계를 품고 있지.”
할아버지가 대답했어.
“겉보기와 달리 그 사람만의 특별한 경험이 있고,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고, 다름 사이에서도 같음을 발견할 수 있지.”
가만히 들여다보렴
코리 도어펠드 지음
북뱅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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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리아, 내가 그렇게 강해 보이니? 게다가 팍치도? 있지, 팍치가 왜 언제나 아오자이를 입고 있는지 알아?”
선생님은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선뜻 베트남 사람이니까, 라는 대답은 하지 못했다.
“사미도 저렇게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때까지 짧은 시간이 걸렸어.”
문득 고개를 드니 팍치와 사미가 이번에는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추프도 가세해서 서로 장난을 쳤다. 꺄악꺄악 하고 신난 팍치 씨의 아름다운 아오자이 자락이 노을에 녹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으니 조금쯤 흘분이 가라앉았다.
“나도 걸핏하면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성질 급하고, 겁도 많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선생님은 언제나 긍정적인 분이고, 뭐든 할 수 있는 완벽한 분이잖아요.”
언제나 느끼고 있던 것을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갑자기 깔깔깔 웃어댔다.
“마리아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니까. 내가 뭐든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너희보다 오래 살았기 때문이야. 실패한 경험이 무진장 많거든. 게다가 그렇게 느낀 것은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가 아닐까?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거든. 그 삶이 좋으면 점점 호감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아나 나도 너희들과 있을 때는 평소의 나보다 수준을 높이는 걸거야.”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
그러나 확실히 나도 오노데라와 살던 시절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건 제대로 한 것 같다. 너무 수준 차이가 나서 부끄럽지만.
“뭐,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만.”
선생님은 소녀처럼 발딱 일어났다. 나 때문에 선생님 슬리퍼가 완전히 흙투성이가 됐다.
“지금 이렇게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이 멋진 게 아닐까? 마리아도 그렇고, 지금 여기 있다는 자체가 말이야.”
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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