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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미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더퀘스트 펴냄
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삶의 근육이다.
사람은 느리게 사는 능력을 잃을 때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p.172)
어쩌다 보니 9월은 내내 바빴다. 연휴가 길어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지 했는데, 아이가 아파 책에 집중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딱 한 권, 완독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딱 한 권만 오롯이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읽는 내내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했던 책,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노르웨이 국민의 인생책이라는, 『인생의 의미』를 소개한다.
『인생의 의미』는 토마스 힐란드 에릭 센 작가의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작가님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수많은 학교의 “교과서”로 쓰일 만큼 사회인류학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고 한다. 굳이 이 책을 설명하자면, '플라톤과 몽테뉴, 다윈과 모차르트를 넘나드는 삶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창의적인 담론'이라 기록하겠지만, 사실 이 책은 “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라는 말로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곱씹으며 읽어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 등의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무척 공감한 부분도 있었고, 깊이 헤아리지 못한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요즘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부분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던 고민에 새로운 방향의 답을 제시하는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각 장을 읽으며 마음에 닿는 문장들을 기록하다 보니, 꽤 많은 문장을 수집했더라. 그래서 다시 그 문장들을 곱씹으며 반드시 마음에 남겨둘 문장들을 선정했는데, 그 문장들끼리 긴밀함을 가지고 있어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한동안 고민하던 것들이 다 같은 선상에 있었구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고 기록했지만 사실 이 책이 더디 읽힌 것은, 어쩌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꾸만 쉬어 읽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에 품었던 고민이 답을 찾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내게 딱 필요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고민하느라 힘듦을 자처해왔던 삶이 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그 과정에서도 나는 성장했어”하는 깨달음을, 늘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조바심에 “결핍이 없으면 바라는 것도 없어져”하고 위안을 주었다. 자꾸만 다시 조급해지는 내게 “겨우 한 박자 늦춰놓고 왜 이렇게 안달인 거야. 제대로 잘 느리게 가보는 거야” 하고 다스리기도 했다. 또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들여다보고 선택하라고 따끔히 충고하기도 하며, 『인생의 의미』는 내게 수많은 해답과 수많은 물음표를 안겨주었다.
어느새 2024년도 저물어가는 지금, 『인생의 의미』는 내게 올해를 돌아보고, 살아온 날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면서도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볼 힘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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