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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화려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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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재밌어 보인다

빈틈의 위로

김지용 외 3명 지음
아몬드 펴냄

읽고싶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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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

📚 완등까지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종목이라 1분, 1초가 소중하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 뒤를 돌아보고 발밑을 내려다보며 높이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면 시간과 에너지만 허비하는 꼴이다.

그럴 힘과 에너지가 있다면 이곳에서 다음 홀드로 향하는 데 쓰는 것이 훨씬 낫다. 또 막상 벽에 매달려 있으면 머리와 몸이 쉴새 없이 바빠 고소공포증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기도 하고, 주위의 시야가 제한되어 좀처럼 높이를 체감하기도 어렵다.

벽을 마주 보고 눈앞의 홀드를 잡은 상태에서 다음 홀드로 시선을 옮기고 손을 빼는 순간,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가 아닌 완등 홀드까지 얼마나 남았나이다. 내가 지금 전체 코스 중에서 어디까지 왔고 다음 홀드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벽에 올라가 있는 동안은 분명 평소에 마시던 공기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시고 있겠지만, 애써 의식하지 않는 한 그 사실을 자각하기는 힘들다.

일단 클라이밍에서 높이 그 자체는 극복하거나 성취의 대상이 아니기에 생각할 여유가 없다. 벽에 다 오르고 나면 높이에 대한 공포보다 나를 더 압도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상승의 감각이다. 볼더링 문제를 풀며 홀드 하나하나에 손을 올리고 몸을 잡아 끌어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그저 눈앞의 홀드를 잡고 묵묵히 전진했을 뿐인데 어느새 완등 홀드가 손을 뻗으면 당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보이면 새삼 뿌듯하고 자신이 대견해진다. 목표했던 완등 홀드를 두 손으로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전신을 타고 흐르는 황홀한 감각이 느껴진다. 올라가는 도중에는 느낄 수 없었던 완등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 암장에 갈 때마다 그날그날 만나게 되는 볼더링 문제들이 일종의 몸으로 푸는 '퀴즈'인 셈이었다. 한 문제씩 풀어갈 때마다 뒤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외쳐주는 "나이스!"를 듣고 있으면 다시 교복을 입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마치 선생님이 시험지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치며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해 주셨을 때처럼 뿌듯함과 성취감이 느껴진다.

암장의 거대한 벽은 클라이머들에게 시험지가 되고 그날 그날 도전해야 하는 문제들로 넘쳐난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기꺼이 다가가 한 문제라도 더 풀고 싶어진다. 시험지에 빨간 동그라미를 하나라도 더 치고 싶은 의욕에 불타는 것이다.

일단 한번 매달려보겠습니다

설인하 (지은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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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

📚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수업이 끝난 직후의 내 모습을 보니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그동안 해왔던 다른 운동의 힘듦과는 차원이 다른 피로가 몰려왔다. 내가 '매달리게라니. 살면서 그다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행위에 반항이라도 하듯 몸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손가락, 발가락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고작 한 시간 정도를 벽에 매달렸을 뿐인데, 온몸에 힘이 다 빠져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기분이 참 묘했다. 몸은 지쳐 축 늘어져 있었으나 왠지 모르게 상쾌했다. 그동안 다른 운동을 할 때는 내내 인상을 찌푸린 채 애꿎은 시계만 힐끔거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계산하기 바빴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운동 외에는 다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벽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린 채 '다음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어떻게 하면 손이 다음 홀드에 닿을 수 있지?'만을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훌쩍 가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단순히 벽에 매달려 있을 때 시간이 빨리 가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운동을 마치고 난 뒤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아쉬움이었다. 한 번 벽에 매달렸다가 내려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른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와 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에 필라테스 그룹 수업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동작의 반의 반도 소화하지 못하는 뻣뻣함을 혹여 남을이 보고 비웃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클라이밍은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내가 벽에 붙어 있을 때는 모두의 시선이 오직 내게 집중되는데도 그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몰입감과 개운함으로 인해 몸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작은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그동안 다른 운동을 할 때는 목적이 비교적 명확했다. 꼭 건강 때문이 아니더라도 체력이나 일상의 활력을 위해 숙제하듯이 운동을 해치워왔고 그 안에는 하기 싫은 마음이 언제나 깊게 깔려 있었다. 운동을 하러 가서도 대체 이 시간에 내가 왜 여기 와서 이것을 견디고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건강과 체력, 생존에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다 떠나서 운동을 한 의미는 사실 자체에 순수하게 몰입해보는 것이 살면서 처음이었다. 체험 강습을 마치고 나오니 운동을 했다기보다는 재미있는 게임 한 판을 했을 때나 놀이 공원의 놀이기구를 타고 놀다 있을 때의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한번 매달려보겠습니다

설인하 (지은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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