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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고백

김동식 지음
요다 펴냄

📚양심고백-김동식

<보기 싫은 버릇>
그녀는 남자 친구의 킁킁대는 버릇이 정말 보기 싫었다. 좀처럼 버릇을 고치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정색하며 따지자 남자친구는 사실 킁킁거릴때마다 주머니에서 천 원이 생기며 하루에 77번이란 제한이 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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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내는 자신을 악마라 소개하며, 그녀에게 천 원 초능력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주머니에 천 원이 생기는 대신, 세계 어딘가에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한 명 죽는다고 말했다.
“15만 명이나 15만 77명이나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77명 더 죽는다고 세계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고작 천 원이라고요! 사람 목숨을 천 원과 맞바꾼다는 게 말이나 돼요? 미친 거지!”
그러자 악마가 남자친구의 초능력을 자신에게로 옮겨주겠다고 제안한다. 남자친구는 초능력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게 될 것이며 초능력은 몸을 옮길 때마다 열 배씩 강력해지기 때문에 한 번 킁킁거릴 때마다 만 원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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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처음이 어려웠을 뿐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는 건 결국 뻔한 일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악마의 말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고작 천 원이었다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만 원과 천 원은 다르다. 만 원이라면 누구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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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옮길 때마다 열 배씩 강력해집니다.]

✔️양심 고백은 경쟁과 물신 풍조가 팽배한 현대 사회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2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각 단편들이 길지 않고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편 중 ‘두 여학생 이야기’와 ’서울숲 게임‘,‘레버를 돌리는 인간들’을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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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퇴사 후 휴남동에 서점을 연 영주는 처음 몇개월 동안 서점을 관리하기 보다는 책을 쌓아놓고 읽거나, 서점에서 생각에 잠기다 눈물을 흘리는 등 서점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감정을 모두 쏟아낸 뒤에서야 서점에 너무 무심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서점에 다양한 책을 채우고, 읽은 책에 자신의 감상을 적은 쪽지를 꽂아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홍보하며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다가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민준, 아들 걱정이 많은 민철 엄마, 남편과의 잦은 싸움으로 지쳐버린 지미, 서점에서 명상과 뜨개질을 몇 시간 동안 하는 정서 등이 각자만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서점에 모여든다.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선택의 근거엔 제가 지금껏 읽은 책이 있는 거예요. 전 그 책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도 그 책들이 제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니 기억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는 것 아닐까요?”

🏷️사는 게 뭐가 그리 힘이 드는지. 승우가 알기론 어떻게 하면 사는 게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는 게 힘이 든 사람이었다. 너무 힘이 드니까 힘들지 않고 싶어 자꾸만 방법을 생각해내는 거라고. 삶을 견디는 방법. 삶을 이어가는 방법.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 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일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휴남동 서점을 그려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 향과 따뜻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 서점 주인 영주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을 것만 같다. 서점 한쪽에서는 정서가 뜨개질을 하며 명상에 잠겨 있고, 멀리서 민철 엄마가 책을 고르며 아들에게 어울릴 만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서점 자체가 사람들의 일상과 고민을 품고 조용히 위로해주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클레이하우스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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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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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태수,문정

1cm 다이빙: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날 만큼 작은 행복

🏷️‘감정은 습관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유치하다며 웃지 않고, 별거 아니라며 울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어쩌면 웃고 우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화낼 만한 것에 화내고, 웃을 만한 것에 웃고, 울 만한 것에 우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무표정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제가 영화 추천해도 되나요?>중에서

🏷️나는 자잘한 불행들을 쌓아두고, 그것을 다 지워낼 만큼 거대한 행복이 오길 고대했다. “내 인생에는 불행밖에 없어.” 라고 말하면서. 자주 막히는 화장실 하수구, 눈 앞에서 놓쳐버린 버스, 갑자기 마주한 비, 라식 수술 후 찾아온 안구 건조증, 수건에서 나는 물비린내, 흰 옷에 묻은 고추장, 거리낌 없이 새치기하는 할아버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잔소리만 하는 할머니. 나는 매일 그런 작고 작은 것들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 불행해졌다. 그렇다고 이런 나를 고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불행에 민감한 만큼 행복에도 민감해지고 싶다.- <주말 일기>중에서

🏷️출퇴근 길에 소설을 읽는 게 좋았다. 다 합쳐서 2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나는 하루를 버틸 원동력을 얻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작아 것이라서일까? 나는 더 쉽게 포기했었다.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며 미뤘던 이 순간이, 사실 내 삶을 지탱해주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내년도 내 인생엔 행복보다 불행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 시간을 통해 알 수 있다. 나는 언제든 작고 잦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저자들의 대화 형식으로 전개되며,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최소한의 노력과 최소한의 위험으로 웃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의 목차마다 질문들이 적혀있는데,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들이라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나의 1cm 다이빙 리스트
1. 예쁜 카페가서 책 읽기
2. 좋아하는 노래 듣기
3. 예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기
4.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자책하지 않기
5.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하고 싶은 공부하기
6. 악기 연주하기
7. 일주일에 하루쯤은 부담 갖지 말고 편히 쉬기
8. 외출하고 집에 와서 안마 의자에 앉아 핸드폰 하며 안마하기

1cm 다이빙

태수, 문정 (지은이) 지음
FIKA(피카)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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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편혜영

예기치 못한 사고, 뒤바뀐 모든 것
재난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주인공 ‘오기’는 여행 중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스스로는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상태가 된다. 아내가 죽고 이제 그의 유일한 가족은 장모뿐이다. 사고 직후의 충격으로 ‘오기’는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을 부분적으로 잃어버린다.

사고 8개월 만에 ‘오기’는 ‘장모’와 함께 집에 돌아온다. 3개월간의 집중 재활끝에 오기는 고개를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게 되었고 왼팔을 사용할 수 있었다. 조금 움직일 수 있게 된 왼팔은 처음에는 그에게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켰으나, 성실한 재활 후에도 그것을 제외한 어떤 기관도 회복되지 않았다.

딸의 죽음을 슬퍼하던 장모는 처음에는 ‘오기’의 재활에 힘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집처럼 ‘오기’의 집을 드나들던 장모는 아예 간병인을 자르고 자신이 ‘오기’의 집에 머물면서 간병인이 되기를 자처한다. ‘오기’의 죽은 아내는 강박적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머지않아 장모는 아내가 쓴 것들을 모두 찾아 읽을 것이며, 딸이 그간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많은 얘기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장모는 오기에 대해 아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같은 오해를 하고 미움을 품을 것이었다.

점점 장모와 오기는 가족에게나 보일 법한 모습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장모는 자주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오기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간병인을 내쫓거나, 신뢰할 수 없는 종교 모임의 사람들을 잔뜩 데려와 굽신거리며 돈을 갖다 바쳤다. 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을 때 ‘오기’는 의사로부터 예후가 좋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때 ’오기‘는 똑똑히 보았다. ‘오기’가 낫게 될까봐 겁먹은 표정, 오기가 더 좋아지지 않기를 바라는 장모의 표정을. 과연 장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오기’의 몸은 회복할 수 있을까?

✔️ 이 책의 주요 무대는 ‘집’이다. 집순이인 나에게 ‘집’은 지치면 언제든지 돌아가 편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안락한 공간이다. 하지만 만약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침대에서만 누워 생활해야 한다면, 나에게 집은 예전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상황을 바꿔 내가 ‘장모’가 된다면, 그 사람에게 가족이 나뿐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편혜영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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