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유년이 시절이라는 것. 유년은 시절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놓는다.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에 박혀 있다. 어른의 행동? 그건 유년의 그림자, 유년의 오장육부에 지나지 않는다.’(p.80)
시인의 소설은 이런거구나.
은유를 가득 머금은 문장이 너무 좋았다.
좋았던 문장들은 많았는데 특히 저 위에 문장들이 좋았다.
빛일수도 어둠일수도 있었던 유년시절이
돌고 또 돌아 현재의 나에게 닿는다는 말이.
현재를 헤집어놓더라도 그림자처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