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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번 매달려보겠습니다 (어느 내향인의 클라이밍 존버로그)의 표지 이미지

일단 한번 매달려보겠습니다

설인하 (지은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지났을까. 수업이 끝난 직후의 내 모습을 보니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그동안 해왔던 다른 운동의 힘듦과는 차원이 다른 피로가 몰려왔다. 내가 '매달리게라니. 살면서 그다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행위에 반항이라도 하듯 몸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손가락, 발가락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고작 한 시간 정도를 벽에 매달렸을 뿐인데, 온몸에 힘이 다 빠져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기분이 참 묘했다. 몸은 지쳐 축 늘어져 있었으나 왠지 모르게 상쾌했다. 그동안 다른 운동을 할 때는 내내 인상을 찌푸린 채 애꿎은 시계만 힐끔거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계산하기 바빴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운동 외에는 다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벽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린 채 '다음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어떻게 하면 손이 다음 홀드에 닿을 수 있지?'만을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훌쩍 가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단순히 벽에 매달려 있을 때 시간이 빨리 가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운동을 마치고 난 뒤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아쉬움이었다. 한 번 벽에 매달렸다가 내려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른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와 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전에 필라테스 그룹 수업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동작의 반의 반도 소화하지 못하는 뻣뻣함을 혹여 남을이 보고 비웃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지만 클라이밍은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내가 벽에 붙어 있을 때는 모두의 시선이 오직 내게 집중되는데도 그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몰입감과 개운함으로 인해 몸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작은 세포 하나하나까지 전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그동안 다른 운동을 할 때는 목적이 비교적 명확했다. 꼭 건강 때문이 아니더라도 체력이나 일상의 활력을 위해 숙제하듯이 운동을 해치워왔고 그 안에는 하기 싫은 마음이 언제나 깊게 깔려 있었다. 운동을 하러 가서도 대체 이 시간에 내가 왜 여기 와서 이것을 견디고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건강과 체력, 생존에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다 떠나서 운동을 한 의미는 사실 자체에 순수하게 몰입해보는 것이 살면서 처음이었다. 체험 강습을 마치고 나오니 운동을 했다기보다는 재미있는 게임 한 판을 했을 때나 놀이 공원의 놀이기구를 타고 놀다 있을 때의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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