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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의 표지 이미지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을 구입했던 건, 빌 게이츠의 도서 목록 덕분이었다. 매년 발표되는 빌 게이츠의 목록 중 재밌어 보이는 몇 권은 따라 사 본다. 문제는 바로 읽지 않고 묵힌다는 점.ㅎㅎ(이 습관은 언제쯤에나 고칠 수 있을런지..) 하여간~ 그렇게 책장 속에 묻혀 있던 책이 드디어 빛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 이유는... 한 2~3주 전부터 갑자기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뜨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응? 왜? 이제서? 갑자기?" 하며 궁금해 하다가 비로소 알게 됐다. 작가 J. D. 밴스가 트럼프 진영의 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을. 하... 진짜 이상했다. 내가 알기론 <힐빌리의 노래>는 트럽프의 당선 당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그 현상을 가장 잘 파악하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문화, 사회적 배경을 잘 드러낸 책이 <힐빌리의 노래>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 J.D. 밴스는 트럼프를 공화당의 쓰레기라며 가장 많이 비웃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어떤 이유로 이 사람은 가장 끝에서 가장 끝으로 이동한 걸까. 궁금해졌다.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한 대로 <힐빌리의 노래>는 애팔래치아 지역 중 "힐빌리"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그런 이야기들이 그 지역의 모든 이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마약, 다혼, 불성실, 알코올 중독, 10대 임신 등 끊임없는 사고는 사고를 낳고 아이들은 제대로 돌봐지지 않으며 그렇게 자란 아이는 부모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저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많은 형제들 중 진짜 친형제는 없다. 법적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르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버지라는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고 그때마다 이사와 전학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어머니는 자신은 버린 인생일망정 아이들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이유든 책을 많이 읽게 했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끝까지 아이들 곁에 남아 무한의 지지와 올바른 길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그곳에서 탈출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나름 성공할 수 있었다.



책에선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었던 건, 이 지역의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 8조 프로그램(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주를 이루는 견해는 수많은 백인 노동자가 내가 딜먼에서 본 것과 똑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라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 계층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234-235) 이곳 사람들 사이에 팽배한 노력 부족, 남 탓만 하고 더 나아지려고 하지 않는 그 습성을 지적한다.



솔직히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어째서 이 지역, 이 계층 사람들이 트럼프를 왜 지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정치에 무지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는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반대편에 있던 J.D.밴스의 변심이 또한 충격이다. 이미 한번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바꿔놓은 것이 없어 연임이 되지 않았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보고 그는 그를 지지하는가. 역시 정치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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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존 스타인벡은 <에덴의 동쪽>이나 <분노의 포도>로 유명하다. 1900년대 미국의 상황을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로, 퓰리처 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사실주의 작가의 작품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사회 모습을 보여줄 뿐 생각은 독자의 몫이다. 그런데 그가 두껍지도, 서사가 긴 장편 소설도 아닌,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작품을 쓰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진주>다.



<진주>는 멕시코 원주민의 민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본 이야기에 앞서 작가의 말인 듯 보이는 페이지에선, 작은 도시에 진주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고, 그 이야기에서 진주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잃어버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알려주며, 선과 악, 흑과 백 그 중간이 없는 무척이나 극과 극인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통해 "자기만의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의 삶을 거기에 빗대어 이해"(...7p)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설이라기보다는 민담이나 동화에 가깝다. 하지만 원주민의 움집 묘사가 끝나가나 싶게 아이가 전갈에 물리는 사고로부터, 아이를 의사에게 데려가는 장면, 의사가 치료비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장면 등을 읽으며 독자는 곧 마음 속에 폭풍이 일게 된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악한 것을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그다음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가관이다.



어릴 적부터 "권선징악"을 책으로 배우며 자라난 아이는, 청소년기를 거치며 사회의 부조리를 목격하게 된다. 그 부조리를 바라보며 거긱에 물들지 않고 자신을 잘 조율하며 조금이라도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통해 우리는 어른이라는 존재가 모두 선하거나 모두 악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적어도 선해지려고 노력하는 존재들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진주>에서 그런 존재는 없다.



키노와 후아나, 아기 코요티토는 완벽하게 선한 존재다. 그런 존재는 결국 행복해져야 한다는 논리처럼 이들이 "커다랗고 완벽한" 진주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원주민들을 제외한 존재들은 완벽한 악의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그 진주로써 앞으로 무언가를 아는 존재가 되고 싶고, 좋은 옷을 입고 싶고, 더 나은 삶을 바라는 키노는, 여러 고난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끝도 극적이다. 읽는 내내 화가 나고 끔찍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이 동화는, 마지막에 더없는 슬픔과 그나마 선의 승리에 조금은 안심하게 된다.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이 동화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아마도 그동안 살아왔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함과 정의를 믿고 싶다. 한 명이라도 그런 생각을 품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변하겠지...하는 믿음을!

진주

존 스타인벡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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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읽고있어요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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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어느 골목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7층으로 내려가면 지하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리가 펼쳐진다. 그 앞에 위치한 "귀신상점"! 간판은 으스스하지만 그 안에는 말과 고양이를 합쳐놓은 것 같은 동물 목요와 너무나 아름다워 눈길이 가는 여인이 있다. 각각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 상점에 도착한다. 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가져가게 될까?



사실 <전천당> 시리즈 이후 이런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책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아이들은 하나같이 고민을 안고 있다. 그 고민이 정말 끝도 없는 걸 보면, 요즘 아이들은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구나! 싶다. 예전엔 아이들 사이에 큰 반목은 일어났던 것 같지 않다. 다들 그만그만하게 자라서 무리가 조금 나뉘기는 했지만 반 전체 아이들이 함께 잘 자라곤 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좀 다르다. 무리마다 성격이 다르고 그 무리에 끼지 못하면 바로 왕따를 당하는 신세다. 그 무리 안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학교에서조차 마음 놓고 즐겁게 생활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외모나 성적 등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이들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최고가 되고 싶고 잘 보이고 싶다. 나를 "나"로서 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꾸 생각하다 보니 움츠러든다. <귀신 상점> 1편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등장한다. 인싸가 되고 싶었던 단우는 귀신상점에서 여우눈알안경을 구입하지만 처음 맛보는 인기를 주체할 수 없어 실수를 저지르는가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열심히 추던 동찬이는 우연히 악플을 본 후 더이상 춤을 출 수 없다. 하지만 귀신 상점의 '춤추는 빨간 양말'을 구입 후 그런 억압된 마음에서부터 벗어난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귀신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지만 어떤 아이는 실수를 저질러 반성하게 되고, 어떤 아이는 도움을 받아 자신감을 되찾는다. 항상 잘 풀리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무척 현실적이다.



<귀신 상점> 시리즈는 "귀신"이라는 우리나라 초자연적 인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1편에서는 아직 귀신 상점 속 아름다운 여인에서부터 출발했지만 1편의 끝 쯤 예고된 다음 편에서는 뭔가 또다른 존재도 등장할 것처럼 여겨져 흥미롭다.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다양한 초자연적 인물들을 등장시켜 우리나라 만의 판타지 감성 동화 시리즈로 유명해지길 기대한다.

귀신상점 1

임정순 지음
열림원어린이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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