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봤던 앤은 철 없는 수다쟁이었는데, 나이 먹고 앤을 보니, 외로워서 공상에 빠졌던 거고, 잘 보이고 싶어서 끊임 없이 수다를 떨었던 거다. 괜히 짠하다.
그랬던 앤이 16살이 되니, 말수도 적어지고, 생각도 깊어지는 숙녀가 되니, 내가 괜히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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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붕집에 온 뒤로 여러 가지 실수를 했고, 그때마다 저의 큰 단점을 하나씩 고쳐왔어요. 자수정 브로치 사건이 있은 뒤로 다른 사람 물건이 손대지 않았고, 유령의 숲 사건 이후로는 상상력이 지나치게 뻗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케이크에 진통제를 넣은 사건 뒤로는 요리할 때 무척 조심하지요. 머리 염색 사건 덕분이 허영심을 버릴 수 있었고요." - 345p
🔖"이것 봐, 벨벳 카펫이야. 그리고 실크 커튼! 난 이런 걸 꿈꿔 왔어, 다이애나. 하지만 막상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래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여긴 물건이 아주 많고 하나같이 화려하지만, 그래서인지 상상할 거리가 없어. 가난하다는 것도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잖아." - 352p
🔖"실컷 울게 놔두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보단 우는 게 덜 아파요. 잠깐만 곁에서 절 안아주세요. 다이애나랑 함께 있을 수가 없었어요. 다이애나는 착하고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이건 다이애나의 슬픔이 아니니까요. 다이애나는 저를 도와줄 만큼 제 마음 가까이 다가올 수 없어요. 이건 우리의 슬픔이에요. 아주머니와 저의 슬픔이오. 아, 마릴라 아주머니. 아저씨 없이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죠?" - 444p
초록지붕집의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현대지성 펴냄
2
나는 책방을 좋아한다. 약속 시간에 일찍 도착했거나, 우연히 지나가다가 책방을 만나면 무조건 들어간다. 그 책방에만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독립책방도 좋아하고, 신간과 베스트셀러가 한 눈에 들어오게 만든 대형 책방도 좋아한다. 그래서 일에 치여 스트레스가 쌓이면,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일 때려치고 책방이나 차릴까?'
그런데 이번에 읽은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라는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책방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책방 주인이 직접 알려주니 더 와닿았다.
그럼에도 7년 넘게 책방을 유지하고 있는 역곡동, 아니 지금은 원미동으로 이사 간 용서점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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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할 때 믿어 주고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 한 사람의 힘이 엄청나다. -103p
🔖여러 글들을 읽으면 내가 매번 생각하는 건, 세상에 시시한 인생이란 없다는 것이다. -138p
🔖움김. 모임에서 알게 된 순우리말로,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우러나오는 힘',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150p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박용희 지음
꿈꾸는인생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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