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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모비 딕의 기하학부터 쥬라기 공원의 프랙털까지)의 표지 이미지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사라 하트 지음
미래의창 펴냄

오늘날 우리 머글들은 십진법으로 돈을 벌지만, 여전히 12개짜리 달같을 사고, 1년을 3~4개의 계절을 가진 12개월로 나누고, 시계를 12개 시간으로 나눈다. 고대의 길이 단위 '품은 12인치다. 1인치는 얼마일까? 1324년 영국 왕 에드워드 2세는 1인치를 '마르고 둥근 보리 난알 3개'의 길이로 정의했다. 요즘 구두 수선 동향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에드워드 왕 시대에는 보리 난알의 길이(인치)를 신발 크기를 재는 표준 단위로 삼았다고 한다. 12의 문화적 의미는 열두 사도, 12일의 크리스마스 그 림 형제 이야기 <12명의 형제>에서 까마귀로 변한 12명의 왕자 같은 수십 개의 동화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p.170)

“내가 어떤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는 내가 선택한 의미만 있 는 거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수학에서는 우리가 쓰는 단어들의 의미를 반드시 확실히 해야 하며, 그 단어들에 무언의 특성을 넣으면 안된다. 모든 모호 함은 논리적 매듭으로 묶일 위험이 있고, 심지어 우리의 추론이 거짓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념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 (p.350)


누가 나에게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를 한줄로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문과를 유혹하는 수학”이라고 표현할테다. 분명 이 책의 제목은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지만, 반대로 『서사의 아름다움이 수학이 된다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낭만은 떨어지지만, 이 책은 수학자가 문학 속에서 찾아낸 수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문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학의 매력이기도 하니 순서가 어떻게 되든 그럴듯 하기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시각의 수학 책,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를 소개한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은 수학자가 '모비딕'의 수학적 비유들에 빠져, 문학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수학을 찾으며 시작된다. 문학과 수학을 같은 선상에 두지 않는 나라에 태어나 긴 세월을 자타공인 '문과형인간'으로 살아온 나는 이 책 자체가 쇼크였다. 김민형 교수님의 추천사도 충격적이었고, 수학과 문학이 이토록 많은 접점을 가지고 서로를 반짝이게 하고 있었음도 놀라웠다. 문학 안에서 이토록 많은 수학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었기에 작가의 시작은 신선했으며, 문학 위에 얹어진 수학 덕분에 문장을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미녀와 야수에서 숫자 1의 비밀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안에서 9를 3의 배율로 활용한 것을, 톨스토이에게도 숨어있던 숫자를 발견하며 나는 매번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를만큼, 몰라서 보지 못했던 세상이 여럿 입체로 변해 내게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수학, 이야기가 되다”라는 제목의 3부였는데, 수학이 소설 속에서 아이디어가 되고, 트릭을 만두는 도구가 되는 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마르고 닳도록 읽은 '셜록 홈즈'속에서 '논리'와 '수학'이 충돌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이 이야기에 빠지지않을 수 없겠더라.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를 읽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랄까.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는 내게 있어 문학과 수학의 교차점을 끝없이 발견하고 놀라게 만든 책이었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덕분에 긴 세월 수학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털기도 했고, 이 책으로 인해 문학 속에 숨은 수학의 이야기들이 점점 커짐을 느꼈다.

문학을 '정밀화'로 만드는 책, 수학을 서사로 만드는 책,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였다.
2024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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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종종 아이의 그림책을 읽다 보면 엄마의 사심이 이는 책들이 있다. 아마 이번 주에 만난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이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은 가족의 사랑과 행운을 바라는 인형에서부터 꿈과 모험심 넘치는 아이다운 마음이 담긴 인형, 삶의 가치를 알려주는 인형,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인형 등 무척이나 다양한 인형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모든 인형을 만나볼 수 있고, 그 인형들에 담긴 마음이나 유래 등을 배울 수 있으니 “인형의 시간을 담은 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을 펼치자마자 세계지도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인형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친숙한 느낌의 대한민국 인형부터 일본의 고양이, 호두까기인형 등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더라. 그렇다 보니 아이도 책의 첫 장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만났던 것 같다.

처음에는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의 주제들이 언뜻 이해 가지 않았는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완벽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 호스'가 왜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을 담은 인형인지, '마트료시카'에 담긴 엄마의 사랑, 닌텐도 동물의 숲 게임 속 “토웅”을 달은 '아쿠아바', 초밥집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마네키네코' 등이 어디서 유래하고,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지를 하나나 읽으며 인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또 다양한 시각의 설명과 세계 속에서의 변화 등까지를 담고 있기에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밑받침이 되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했던 것은 바비인형이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는 점. 나 역시 바비인형을 무척 좋아하던 어린이 출신으로서, '바비인형'이 거쳐온 다양한 이야기들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인형을 단순히 가지고 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꿈을 꾸고, 자신감을 가지는 등 보다 발전적인 모습이 되길 기도했다. 그 외에도 우리도 만들곤 하는 '걱정 인형'이나, 나이를 먹은 뒤엔 마음이 아픈 '피노키오' 등을 만나며 인형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아이들의 정서와 꿈, 미래 등을 반영하는 도구임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역시나 우리나라의 닥종이 인형. 닥종이 인형은 특별히 만드는 법이 게재되기도 하고, 그 유래 등을 한층 곱씹을 수 있는 내용이라 아이와 몇몇 이야기들을 더 찾아보게 되었다. 더욱이 종이로 만든 인형으로 그림책을 만드시는 백희나 작가님을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는 모습에 뿌듯함도 느껴졌다. 백희나 작가님의 책과 이 책이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 질기고 부드러운 우리 고유의 종이와 우리 문화를 알리는 날개가 되길 바랐다.

그 외에도 무척이나 다양한 인형들, 그리고 그 인형들의 유래나 숨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던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 덕분에 앞으로는 인형이 장난감을 넘어 세상을 반영하는 작은 창문이라고 느끼게 될 것 같다.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시거나, 인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신 분은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을 꼭 한번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물론 인형을 좋아하는 분은 당연히 추천해 드리고) 인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겨날 테니 말이다. 무척이나 다양한 지식과 이야기를 얻을 수 있던 책,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이었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 - 마음을 보듬어 주는 16개 나라의 인형

정은주 지음
노란돼지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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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나 자신에게서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람들이 내뿜는 에너지의 힘을 믿기에 좋은 기운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은 특히 우리 아이에게 가장 기울이는 편인데, 최근 만난 일력이 나의 그런 마음을 완벽히 반영한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은 1년 365일, 매일매일 긍정적인 주문을 알려주는 특별한 책이다. 우리가 학생일 시절에 “아자아자”, “난 할 수 있어” 등 세상 모두의 긍정 확언을 외쳤던 것처럼 (나는 아직도 자주 “나는 행복하다”를 외치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긍정적인 말을 읽고, 생각하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튼튼히 뿌리내리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게 해줄 것이다.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는 아이의 침대맡이나 현관에 두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나 학교에 갈 때 매일 긍정 확언을 읽고, 소리 내 말하고 하루를 시작함으로 인해 은연중에 확언과 관련한 작은 실전들을 하면 좋겠다. 또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잠자리에 들 때 오늘의 확언을 엄마나 아빠와 같이 다시 읽으며 그날그날의 하루를 마무리하길 바라본다. 나는 집의 곳곳에 일력을 두는 편인데,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은 아이가 신발을 신는 의자 위에 얹어두었다. 하루의 첫걸음을 생각할 때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를 긍정의 힘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의 장점을 몇 가지 말해보자면, 가장 먼저 아이들이 간단히 되새길 수 있는 짧고 강력한 긍정문장들이 가득하다. 물론 이 긍정 확언은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에게 대입할 수 있기에 모든 가족이 아침마다 이 문장들을 만나보면 좋겠다. 나아가 초등 필수 영어단어 200개가 포함된 영문 긍정 확언이 동시에 수록되어 있어 확장 공부를 해볼 수 있겠다.

일러스트도 무척 예쁘고 깔끔하게 편집된 디자인도 좋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오늘 하루, 이렇게 해볼까요?”라는 꼭지의 문장들이었다. 아이들이 하루에 간단히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임무들이나 생각들이 제시되는데, “고맙다”라고 말하기나 가족 도와주기, 실수했던 일 중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것 생각하기,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등 가슴 뭉클해지는 문장들이 많았다. 실제 우리 아이는 며칠간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의 임무들을 부지런히 수행했는데, 오늘은 “그것도 괜찮네~”라고 말해줄 상황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기특해서 긍정의 힘에 대해 또 생각하게 되더라.

내일 아이는 “나는 도움을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이야”를 만나게 된다.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과 진정한 도움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든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와줄까?”와 “도와줘서 고마워”를 언제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지. 우리 가족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일력,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이었다.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이 다른 가정에서도 긍정적인 힘을 만드는 에너지가 되어주길 바라며.

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

정예슬 외 4명 지음
북하우스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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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식사를 함께하는 것처럼 서로 눈을 맞추며 일상을 나눌 때, 상대 역시 인간의 존엄성과 감점을 가진 존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같은 의미 아닐까요? 감정과 이성이 함께 어우러진 공감은 신뢰를 키우고 유대감을 강화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 노력하면서 대화를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에서 자신과 남을 모두 아는 사람,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p.132)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2025년의 끝자락이다. 2025년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해였다. 엄마가 아프셔서 긴장이 이어진 상태였고, 남편의 이직 등 개인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무척 많았다. 여기에 매일 화는 내는 사람과, 매일 짜증을 내는 사람이 동시에 있는 직장에 근무하다보니 정신적으로도 무척 지치곤 했다. 그런 나에게 권석천 작가가 묻는다. “멈춤버튼증후군”을 아느냐고. 아마 나도, 타인도 처음 만나는 단어일 “멈춤버튼증후군”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에 잠시 멈추고싶은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맙소사, 딱 나의 마음이잖아. 그러나 우리는 단 1초도 삶을 멈출 수 없지 않나. 작가도 정지버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순간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에게 보낸 편지이자 치유의 기록으로 이 책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최선의 철학』에 한번 속아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최선의 철학』은 고대 철학가 12명의 사상을 바탕으로 현대의 삶에 적합한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 자신의 경험 위에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마르쿠스, 호메로스, 세네카 등의 고대철학가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투영하는 형식의 책이다보니 때로는 깊은 공감을 얻기도 했고, 때로는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내 심리상태때문인지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그래서 또 다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말자는 다짐을 할 수 있었고, 그들과의 거리두기와 더불어 내 감정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함을 다시 인식할 수 있었다.

솔직히 『최선의 철학』을 읽기 시작할 때 만해도,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마르쿠스 등을 다 따로 읽어왔기에 기대감이 그리 크지않았다. 오히려 고전을 인용하고 감언이설로 살짝 덧칠한 책이 아닐까 하는 부정적 마음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선의 철학』은 인용된 철학에 대한 타인의 촘촘한 시선을 읽을 수 있었고, 타인의 받아들임을 배울 수 있었다. 또 작가가 정리해놓은 여러 비법(?)들을 간편히 읽으며, 이 분야에 해박한 이들과 독서토론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숙한 언어로, 쉬운 어휘로 철학가들의 사상을 꼼꼼히 기록해두었기에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이 한층 가까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복잡하고 불안한 이들에게 『최선의 철학』을 권해주고 싶다. 마음이 복잡한 순간 철학이 가야할 방향을 비추고 있던 것처럼, 당신들의 삶에도 그런 등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의 철학』은 분명 그런 나침반이 되고, 등대가 되어줄 책이었다.

최선의 철학

권석천 지음
창비교육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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