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쪽이 채 되 않는데도 내 가슴이 가득 차버렸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집으로 '맡겨지러' 가는 모습에선 빨간머리 앤이 떠올랐지만 이 소녀는 말이 없는 편이다.
원제는 'foster'. '아이를 맡아 기르다', '위탁하는' 이란 뜻이다. 그러고 보니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부부가 진정한 주인공인 듯도 하다. 주고받는 대화만으로도 집안의 온기가 느껴진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도 수녀원의 소녀를 집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두 소설의 어른들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남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고 사소한 것들을 지키는 모습은 몸에 배어 있다. 누구라도 이들과 함께 지내고 나면 감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계속되는 사소한 정성들에 마음을 여는 소녀를 보니 나도 타인에게 그렇게 대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내안에 숨어있던 따뜻한 마음이 몽글몽글 밖으로 솟아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