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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은이)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최후의 라이오니
- 나의 탄생이 시스템의 복제 오류였던 것처럼.
- 나는 처음으로 평온한을 느낀 장소, 3420ED에 오면
나의 결함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 하루애도 열몇 번씩 거주구의 중력이 뒤흔들린다.

마리의 춤
시지각 이상증을 가진 모그들과 그들에 대한 차별,
그리고 평등을 향한 마리의 테러
- "우리 같은 사람들만이 적용에 성공했죠."
- 나는 마리가 건넨 칩을 간이 접속기에 연결하고
눈을 감았다. 수많은 목소리. 그것이 플루이드의
첫인상이었다. 추상적인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었다. 분홍색, 푸른색, 연보라색의
안개가 나를 통과해 갔다.

숨그림자
- ['양말이 사막 구석에서 모자를 쓰고
발견되었다...']

오래된 협약
- 우리 벨라타의 사제들은 대부분 신을 믿지
않아요. 현재 지구에도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믿는 종교가 대부분 사라지고 도덕적 규율고서의
종교만미 남아 있듯이, 벨라타롱의 종여시역시
정확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린 신을 믿는
대신 신앙의 필요를 믿지요. 그리고 그 필요에
복무합니다.
- 우리의 긴 삷에 비하면 너희의 삶은 아주 짧은
순간이지. 그러니까 우리가 행성의 시간을 나누어
줄께. 그리고 그들은 오랜 잠에 빠져들었어요.
그렇게 이 행성에서 생동하던 것들은 모두
자신들의 선택으로 잠들었습니다.

캐빈 방정식
- 관람차의 캐빈이 지나는 허공에 국지적 시간
거품이 생겨 고정되었고, 비좁고 아찔한 공간에서
시간을 예민하게 지각한 사람들이 거품에
반응해서 감각 왜곡을 느꼈고, 그 감각 왜곡의
빈자리를 인간의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이 채워졌다면, 그래서 관람차를 둘러싼
괴이한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라면......
- 언니는 아주 천천히, 영원에 가까운 속도로
입꼬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언니가
의기양양하게 소리를 내어 하하 웃는 것처럼
보였다.
거봐, 내 말이 맞았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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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강릉 바닷가에서 보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소설을 읽고 김연수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정훈의 성장소설.
내가 어릴 때 TV에서 보던 숟가락을 휘어지게 만든 초능력자. 그리고 학생일 때, 가려진 눈과 막혀진 귀 때문에 몰랐던, 우리 선배들의 독재 타도와 민주화를 위한 열망이 소설속에 이어져 있었다.

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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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에 사는 노인들이 목요일마다 과거 미제 살인사건에 대해 논의한다. 그러다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과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들.

수많은 등장인물들 때문인지, 부족한 긴장감과 몰입감 때문인지,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이 든다.

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은이), 공보경 (옮긴이) 지음
살림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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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드라마로 보다가 멈춘 작품을 이번에 소설 원작으로 읽었다. 대부분의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이 그러하듯 개인적으로 드라마보다는 소설이 좋았다.
작가에 의해 글로 그려진 주인공의 생각과 일기를 영상화하기에는 어려울 듯...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와 유사한, 기분 좋아지는 추억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옛날 겨울 논두렁에 분식을 파는 조그마한 비닐하우스와 함께 차려진 스케이트장의 기억.
그리고 세기서림, 작가가 기억하는 부산 금정구에 있었던 좁은 통로같은 책방으로 인하여 떠오른 나의 뜨거운 여름날 부산 책방 골목의 기억.
작가의 말에 언급된 제주 법환바다 시스터필드라는 빵집으로 구체화되는 소설로 인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법환바당에서 열심히 바다 바람을 가르던 젊은날의 추억.

'윤슬'이라는 예쁜 단어를 나에게 알려준 아름다운 소설.

***

첫잠에서 깨어나 뜨거운 차를 만들면, 다음 잠에서 깨어날 때 슬픔이 누그러지리라.
...
"누그러지리라... 그게 좋았어. 한밤에 자다가 깼을 때 왠지 서글플 때가 있잖아? 그때 따뜻한 차를 만들어 놓으면, 다시 잠에서 깰 때도 덜 슬프다는게."

책방을 나서며 그의 옷에 팔을 끼웠다. 크고 헐렁하고, 그의 냄새가 나고, 따뜻했다. 백열등 하나를 품에 넣은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참, 그 낱말이 뭔지 혹시 알아? 물결에 햇빛이 비쳐서 반짝 반짝 빛나는 현상."
...
"윤슬, 이라고 해."
"윤슬.."
해원은 입속으로 중얼거려보았다. 예쁜 낱말이구나. 다음에 만나면 말해드려야겠다 싶었다.

...사실 유사 이래 모든 과거는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다.

"넌 너무 오래 나를 벌주는 것 같았고, 원한다면 계속 그러라고 내버려두고 싶었어. 내가 저지른 실수나 잘못보다 너의 응징이 더 커질 때... 그렇게 네 잘못이 더 커지기를 바랐어. 그러면 차라리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예전엔 나도 문학소녀였으니까.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악역에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붙일 거라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지.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구. 인쇄돼서 남을 텐데 뭣 하러 싫은 사람 흔적을 굳이 넣겠나 싶은 거야. 어쨌든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해원은 새삼 공감해버렸다.

한때는 살아가는 일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평화롭게 안착할 세상의 어느 한 지점. 내가 단추라면 딸깍 하고 끼워질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전에 이모가 했던 말을 생각해봤어. 날씨가 좋으면 만나자는건 너무나 기약이 없다는 거. 그러게. 좀 더 때가 되면, 상황이 좋아지면...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일들이 내게도 있었어. 이젠 조금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언젠가 엄마와 이모와 나, 셋이 한자리에서 만나 웃게 되길 바라요. 내가 눈물차를 끓일게. 그리고 날씨 좋은 날 같이 빨래를 해요. 우리가 테이블 아래 숨겨놓고 얇은 레이스 커튼으로 덮어줬던 해묵은 빨랫감들을 남김없이 빨아 푸른 하늘 아래 널기로 해요. 하얗고 보송하게 잘 마른 옷들을 입고 길을 나서요. 긴 유배를 끝내고, 이모도 다시 인생을 찾길 바라.

꽃은 타고난 대로 피어나고 질 뿐인데 그걸 몹시 사랑하고 예뻐하고... 꽃말까지 지어 붙인다. 의미를 담아 주고받으며,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기도 한다. 꽃들은 무심하고, 의미는 그들이 알바가 아니었다. 그저 계절 따라 피었다 지고 사람들만 울고 웃는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시공사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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