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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이현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라이프 재킷

이현 지음
창비 펴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현 작가의 라이프 재킷 서평단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자마자 요즘 창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틀림없다. 우리의 여름에게(최지은), 냠냠(백온유),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안세화) 그리고 라이프 재킷. 책이 도착한 날 깊은 동해 바다를 손에 쥔 듯 행복했다. 가제본이었지만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7월 26일 이후 출간된 책 역시 푸르른 빛깔로 반짝이는 바다가 가득했다.

책과 함께 이현 작가의 편지도 한 통 도착했다.
"바다, 하면 저는 그저 좋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편지였다. 온 바다를 담아 이 책을 건넨다는 작가의 말에 문득 두고 온 바다가 생각났다. 빨리 집에 돌아가 바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바다는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쉽게 잊었다. 잃어봐야 소중한 걸 알게 된다.

라이프 재킷에 나오는 아이들, 천우와 신조, 류, 장진, 노아, 태호. 소설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낸다. 누구 한 명이 주인공이 아니라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나는 천우의 입장에서, 때론 신조나 류, 장진, 노아, 태호의 입장에서 각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1인분만 해내는 것도 어려운 세상에서 이 아이들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쓴다. "우리 요트 탈래?"라는 가벼운 시작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이끌었는가.

심장이 벌렁거려 크게 숨을 쉬고 다시 읽기도 했고, 잠깐 책을 내려놓고 소름 돋은 팔을 쓸어내려야 했다. 꼭 지금 요트 위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파도가 끝없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떠돌고 있는 것(244쪽)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덮으면 이야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각한 이야기라도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책을 덮어도 덮을 수 없었다. 류가 물은 것처럼 나도 나에게 물었다. 어떤 이야기를 살아 내고 싶으냐고.(250쪽) 앞으로 닥쳐올 일에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그것은 나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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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그만 읽고 싶었는데, 돌이켜보니 그건 나의 열등감의 얼굴이었다. 이 책은 나의 열등감을 마주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너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도, 너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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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본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다. ‘하찮은 듯 보이는 뜻밖의 발견이 몹시 만족스럽다‘던 그녀의 문장이 기억난다.

올해 나는 길에서 본 사람들을 쓰고 있다. 길에는 다양한 감정이 다채롭게 뿌려져있다. 오늘 병원 가는 길에 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거면 다 상관없어. 나이 상관없어.”
“지루박같은 거 그런거 해.”
“밸리댄스도 좋아.”
“맞아, 내가 좋으면 된다니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소중하고 아름답다.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윌북아트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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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곳은 어디든 좋다.
이번 주말에 간 북카페에 또 가고 싶다.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윌북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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