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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사회 (어른들은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의 표지 이미지

어린이라는 사회

이세이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최근에 기똥찬 말을 들었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 자녀는 사회에서 상처받으며 독학한다.”는 거였다. 맞는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귀하게 키우려 안간힘을 써도, 아이는 종국에 이 거친 세상을 사는 법을 배우고야 만다. 그걸 가정과 학교에서 배우느냐, 혹은 사회에서 상처받으며 독학하느냐의 차이일 뿐. 아이이 마음에 굳은살이 생기게 하지 않겠다는 부모의 욕심은 한동안 아이의 고양감을 드높일 테지만, 그 애는 '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 부모가 꾸며진 세상과 진짜 세상 사이의 낙차를 겪어내야 한다. (p.260)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가 홀로서기가 가능한 어른이 되는 것” 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육아서도 열심히 읽고 강의 등도 부지런히 찾아듣지만, 아직도 나는 아이가 무엇인가를 쏟으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내가 독립이 어려운” 엄마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라는 사회』라는 에세이를 읽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똑바로 사지 못하면 나의 아이를 세상과 맞짱(!)을 뜨게 해야한다. 내 아이를 진짜 귀하게 사랑하는 방법은, 나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욕먹지 않는 사람으로 길러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라는 사회』는 10년 차 교사가 교실 안팍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다. 물론 교사 한 명의 기록이 절대적일 수도 없고, 절대적이어서도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실은 작은 사회'라는 말을 공감할만한 사례와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단 생각이 든다. 에세이답게 술술 읽힌다. 어려운 문장도 없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없다. 오히려 늘 교단에 서온 구력답게 강의를 듣듯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도 무엇인가 마음에 남기는 것이 많았고, “나는 어떤 엄마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큰 기대없이 시작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에는 왜 이 책에 수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지지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문장에 웃고, 어떤 문장에는 울컥하며 이아이 저아이의 엄마라도 된 듯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어떨 때엔 나도 이렇게 잘 키워야지, 하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부모로 인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언제인가 들었던 한 부모강의에서 “진짜 문제있는 부모는 이런 강의를 들으러도 오지 않아요.”했던 말이 가시처럼 마음에 박히기도 했다. 진짜 이 책을 읽어야 할 10%의 부모는 이 책을 읽지않겠지. 그래서 『어린이라는 사회』에도 작가가 걱정하던 “사회가 걱정해야 할 아이”도 생겨버리겠지 싶어서 안타까워졌다.

“무제한의 사랑을 주는 대신, 그들의 서툰 시도와 실패와 성공을 응원한다”는 작가의 말에 오히려 진실되다 느낀 것은 사회가 너무 보여주기에 급급하기 때문일까, 요즘의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사랑이 너무 많아서일까.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이라는 사회』를 읽고 난 후 들었던 마음만은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단 하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 무제한의 사랑을 주어야지. 하지만 그것을 시도 때도 없이 티내지는 말아야지.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더 많이 보여주어야지. 내 아이가 자신의 사회에서 더 단단하게 살 수 있도록, 선 뒤에서 부지런히 사랑하고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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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웰빙이 좋은 사람은 역경과 스트레스를 겪을 때 훨씬 건강한 반응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기 성격을 대체로 좋아하고, 따스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맺고,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도전을 받아들이며, 인생에 목적이 있고, 자기 생각과 의견을 자신있게 표현하고, 자기 삶을 관리할 수 있다면 심리적 웰빙이 높아진다. 심리적 웰빙이야 말로 강력한 “약”이 아닐까? (p.95)

어제 새벽부터 읽기 시작해, 오늘 밤이 깊도록 읽은 책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는 활기없이 멈춰진 삶이 우울이나 번아웃이 아닌 “시들함”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읽어온 자기계발서에서 “시들함”이라는 단어를 만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막연히 알 것 같기도 했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의 서문에서 “이제껏 틀린 질문을 해온 것은 아닐까”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이미 내 머릿속에는 느낌표가 생겼다. 최근 몇년간 나는 '나를 채우는 것'에 집중해왔는데, 이 책은 내가 바라던 “삶과 정신의 긍정적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 작가가 “활력”이라고 지칭한 “좋은 건강상태(몸과 마음과 관계까지)”는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긍정과 정서적 평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는 크게 2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왜 시들함에 빠지는지, 시들함이 사람의 마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1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행복에 속지마라”는 말이었는데, “행복”자체가 나쁘기보다는 행복이나 쾌락에만 집중하다보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큰 자극을 가지지 못한다면 이내 슬퍼지고 무기력해진다는 내용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를 통해 언제인가 읽었던 “행복”자체보다 “행복해지는 과정”을 즐겨야한다는 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게 되었달까.

활력을 가진 삶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1부를 지나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의 2부에서는 인생의 기둥이 되는 “활력”을 다섯가지로 이야기한다. 배움, 관계, 영성, 목적, 놀이라는 다소 평이한 주제라 의아하게 느꼈지만 읽을수록 더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먼저 “배움”은 단순히 학습하는 그 자체가 아닌, 배움을 통해 얻은 지식을 보다 가치있게 만들어가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고 한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삶에 겸손함을 초대하자. 실수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당신의 삶 속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여유를 주는 은혜를 배풀자. (p.188)”를 읽으며 나의 '앎'을 '나'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많이 아는 것보다 더 중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관계'는 단순한 맺음이 아니라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파트에서 '산후시들함'을 만나는 것이 놀랍고도 반가웠다. 당연한 과정이라 여겨져 '엄마가 되는 과정'중 굳이 남과 비교하고 비교되며 남긴 상처를 미처 돌보지 못하고 지내온 시간들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정도 균형이 맞아야 진정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p.222)는 말에서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영성”은 종교적 개념이 포함되려나 생각했는데 “더 위대한 무언가를 추구한다면 올바른 것, 올바른 관심 또는 불교에서 말하는 친절한 관심에 주목하자. 주변 세상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자. 주변 사람, 무엇바도 자신에게 사랑스러운 친절과 수용을 베풀자.(p227)”는 문장에서 내가 막연히 생각해오던 방향을 만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뒤에 이어진 “목적” 역시 그랬는데, “과거에는 물론 앞으로도 해야할 중요한 일이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면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커진다. 삶의 목적을 찾은 사람은 자신이 세상에서 중요하며 살아있다고 느낀다(p.272)”는 말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마지막 “놀이”에서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배우는 것이나 우리가 노는 법을 너무 빨리 잊어간다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중에서도 “물건보다 경험을 수집하자”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놀이'를 읽으며 내가 놀이의 범위를 얼마나 좁게 잡고 살고 있었는지, 내가 잊고살던 즐거움이 무엇이었는지를 새삼 깨달으며,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를 읽은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긍정감을 주고 “활력”을 느끼게 했는지도 깨달았다.

“우리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주역이 되어보고, 내 존재가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p318)”
이 문장이 왜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가』를 읽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쳐서 잊어버리고 살았던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우울증이라기엔 가볍고, 번아웃이라기엔 내 스스로를 불태우지 않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시들한 채 방치해두었던 내에게 “내 존재”를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코리 키스 지음
더퀘스트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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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예전의 자네로 돌아가고 싶은가?”
의외로 대답은 금방 나왔다.
“아니요, 저에게 집중해야죠.” (p.100)

별을 바라보는 뒷모습과 제목만 적힌 표지만으로는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저 “표지 예쁘다”가 나의 첫인상이었을까. 수많은 별 중, 왜 하필 『별똥별』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어 책을 펼쳤다.

『별똥별』은 주인공의 20대에서 30대까지를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의 첫 이미지는 “무엇이나 열심히 하지만 주인공이지 않은 삶”을 사는 느낌이었다. 선배의 선거운동을 열과 성을 다해 이어가지만, 당선 후에는 처음과 달리 의욕을 잃기도 하고, 권위의식에 찌든 부도덕함에 참을 수 없어 하기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딘가 찌그러진 현대인 같이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교수와 주고받는 대화들로 스스로의 삶에 질문과 답을 찾으며 성장해나간다. 성장의 과정에서는 뼈아픈 슬픔을 겪기도 하고 소외당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자신이 바라던 방향을 향해 걸어가게 된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부족함, 그 두 가지 모두를 쥐고 방황하고 고민하는 『별똥별』의 주인공을 보며, 많은 이들은 동질감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별똥별』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을 발견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게 스스로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품게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소설의 끝자락에서 치솟았던 감정들이 다른 절차가 아닌 “별똥별이 쏟아지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불특정한 타인의 모습”에서 무엇인가를 깨닫고 해소되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던 힘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혹시 『별똥별』은 태섭이 형처럼 흔들리는 청춘들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어둠 속으로 떨어지더라도 다시 빛으로 이어질 날을 응원하는 마음 말이다.

사실 평생을 『별똥별』은 “지는 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선입견이 이 책의 내용을 가늠하지 못하는 장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봤다. 어쩌면 『별똥별』은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별이라고.

별똥별

깊은별 지음
담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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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삶의 근육이다.
사람은 느리게 사는 능력을 잃을 때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p.172)


어쩌다 보니 9월은 내내 바빴다. 연휴가 길어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지 했는데, 아이가 아파 책에 집중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딱 한 권, 완독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딱 한 권만 오롯이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읽는 내내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했던 책,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노르웨이 국민의 인생책이라는, 『인생의 의미』를 소개한다.

『인생의 의미』는 토마스 힐란드 에릭 센 작가의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작가님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수많은 학교의 “교과서”로 쓰일 만큼 사회인류학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고 한다. 굳이 이 책을 설명하자면, '플라톤과 몽테뉴, 다윈과 모차르트를 넘나드는 삶과 사랑에 대한 지적이고 창의적인 담론'이라 기록하겠지만, 사실 이 책은 “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라는 말로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곱씹으며 읽어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 등의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무척 공감한 부분도 있었고, 깊이 헤아리지 못한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요즘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부분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던 고민에 새로운 방향의 답을 제시하는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각 장을 읽으며 마음에 닿는 문장들을 기록하다 보니, 꽤 많은 문장을 수집했더라. 그래서 다시 그 문장들을 곱씹으며 반드시 마음에 남겨둘 문장들을 선정했는데, 그 문장들끼리 긴밀함을 가지고 있어 다소 놀라움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한동안 고민하던 것들이 다 같은 선상에 있었구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고 기록했지만 사실 이 책이 더디 읽힌 것은, 어쩌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 자꾸만 쉬어 읽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에 품었던 고민이 답을 찾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내게 딱 필요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고민하느라 힘듦을 자처해왔던 삶이 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그 과정에서도 나는 성장했어”하는 깨달음을, 늘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조바심에 “결핍이 없으면 바라는 것도 없어져”하고 위안을 주었다. 자꾸만 다시 조급해지는 내게 “겨우 한 박자 늦춰놓고 왜 이렇게 안달인 거야. 제대로 잘 느리게 가보는 거야” 하고 다스리기도 했다. 또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들여다보고 선택하라고 따끔히 충고하기도 하며, 『인생의 의미』는 내게 수많은 해답과 수많은 물음표를 안겨주었다.

어느새 2024년도 저물어가는 지금, 『인생의 의미』는 내게 올해를 돌아보고, 살아온 날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면서도 힘을 내서 내일을 살아볼 힘을 주기도 했다.

인생의 의미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더퀘스트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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