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는 소녀
[자운영 핀 꽃길에서 네가 걸어왔지
홀로 가는 등 뒤에서 네가 걸어왔지
모두가 등 돌려 떠난 길에서
나랑 같이 놀래?
눈물꽃 소년에게 빛으로 걸어왔지
텅 빈 내 가슴에 시처럼 네가 걸어왔지]
나는 그 애가 깎아준 단단하고 단아한 연필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의 나처럼 외롭고 혼자인 사람들
에게 가마가만 친구가 되어주고, 그저 말없이 함께 걸어주고, 눈물이 되고 힘이 되는 그런 시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나랑 같이 놀래?”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한 편의 시와 함께 내게로 걸어
온 너.
나의 첫 독자, 나의 첫사랑.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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