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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올가 토카르추크 (지은이), 최성은 (옮긴이) 지음
민음사 펴냄
91p. 우리를 해치고 다치게 만드는 건 쉬운 일이다. 복잡하게 결합된, 기묘한 존재인 우리를 부숴 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다. 나는 모든 것을 비정상적이고 끔찍하고 위협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재앙 말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타락이 시작되었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230p. 내 나이대 사람에게는, 자신이 정말로 사랑했고 진심으로 귀속되어 있던 장소의 대부분이 더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장소들, 휴가차 들렀던 시골, 첫사랑을 꽃피웠던 불편한 벤치가 있는 공원, 오래된 도시와 카페, 집 들이 이제는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이다. 설사 외형이 보존되었더라도 알멩이 없는 빈 껍데기처럼 느껴져서 더욱 고통스럽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 마치 투옥 상태와도 같다. 내가 보고 있는 지평선이 바로 감방의 벽이다. 그 너머에는 낯설고, 내 것이 아닌, 딴 세상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지금, 여기밖에는 없다. 모든 앞날이 미지수이고, 도래하지 않은 모든 미래는 공기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쉽사리 파괴될 수 있는 신기루처럼 불투명하다.
340p. 하지만 왜 우리는 꼭 유용한 존재여야만 하는가, 대체 누군가에게, 또 무엇에 유용해야 하는가? 세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과연 누구의 생각이며,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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