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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상의도 없이 문과를 선택한 아들같은 조카 훈이에게 고모 ‘나‘는 말한다.
“문과 가서 뭐하겠니? 까딱하단 문학이나 철학이나 하기가 꼭 알맞지. 아서라 아서.
사람이 어떡허면 편하고 재미나게 사느냐를 생각하지 않고, 사람은 왜 사나, 뭐 이런 게지.
돈을 어떡허면 많이 벌 수 있나하는 생각보다 돈은 왜 버나, 뭐 이런 생각 말이야.
그리고 오늘 고깃국을 먹었으면 내일은 갈비찜을 먹을 궁리를 하는 게 순선데, 내 이웃은 우거짓국도 못 먹었는데 나만 고깃국을 먹은 게 아닌가 하고 이미 뱃속에 들은 고깃국조차 의심하는 바보짓 말이다.
이렇게 자꾸 생각이 빗나가기 시작하면 영 사람 버리고 마는 거야. 어떡허든 너는 이 사회에 순응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돼야지 괜히 사회의 병폐란 병폐는 도맡아 허풍을 떨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사람이 될 건 없잖아.”
(박완서, 2012년, 기나긴 하루-카메라와 워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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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배경 소설인데 6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마음에 콕콕 박힌다.
매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하는 건 인간이 인간답다는 증거인데, 내 자식이 편하고 재미난 것보다 고뇌를 택한다면, 소설 속 고모처럼 바보짓이니 병폐니 허풍이니 하는 소리를 안 할 자신이 있나. 나는 아니라고 못하겠다. 그러면서도 그런 부모가 되기는 싫은 모순.
#박완서#카메라와워커#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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