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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자의 정체

고기자 지음
편않 펴냄

언론의 진면목에 대해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책이다. 언론에 몸담은 이의 시선에서 돌아보는 여러 문제는 바깥에서는 쉽게 알지 못하지만 기자라면 누구나 가져봤음직한 고민의 지점들이다. 오늘날 언론이 노정하는 여러 실패가 이 책이 살피는 문제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책 가운데 드러난 여러 문제의식에 비하여 저자가 있는 힘껏 맞서본 것이 있는지를 전혀 알아챌 수 없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독자라면 그릇된 체계 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개인의 푸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공고해 보이는 벽에 진심으로 부닥치는 순간이야말로 주목할 만한 이야기가 되는 탓이다. 그런 순간이 없는 책이라면 혐오와 무관심의 벽을 치워내기 역부족이지 않을까.

책을 쓸 당시 저자는 4년차 기자였다고 한다. 막내급 중에서는 가장 큰 막내라던 그가 이제 6년차 쯤이 되었을 텐데,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체가 아닌 성장을, 절망이 아닌 희망과 마주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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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되는 여러 비판들, 이를테면 학술적으로 논란이 되는 서술이 많다거나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시각이 엿보인다는 학계의 주장엔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한 학자가 역사학의 세부분과들은 물론이고 과학과 경제, 철학 등 다른 학문분과들을 넘나들며 제 생각을 펼친 대중서이기에 가질 밖에 없는 문제를 이 책 또한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한 출처와 실증적 연구의 부재, 무엇보다 통상의 논문과 달리 동료 학자의 교차비판을 피해 출간된 대중서란 점이 이러한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피엔스>가 오늘의 독자에게 의미 깊은 저술이란 점 또한 확실하다. 기존 역사학계가 이루지 못하였던 대중의 관심을 크게 환기했다는 점도. 인류가 오늘의 문명을 이룩하고 심지어 그 장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혁신적 기술의 세계로 접어들기까지, 지나쳐온 중요 지점들을 이 책이 흥미롭게 살핀다. 그로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드문 우리 독자들은 인간이 저지른 무수한 잘못과 약간의 이로움에 대하여 평가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기존 통념과 다수설을 뒤집는 몇몇 주장 또한 신선하다. 이를테면 공산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하나의 종교로 바라본다거나, 여러 지역 제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처졌음이 명백했던 근대 유럽국가들이 제국주의와 결합하여 신대륙을 정복하고 과학혁명을 이룩한 이유를 설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하라리의 분석 그대로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수많은 학자들의 비판처럼 편협하고 위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질문과 시각, 가설들이 독자로 하여금 지식 아래 깔린 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 사유하게 하는 힘을 준다는 점은 명백하다.

<사피엔스>는 대중서로서의 가치가 충만한 저작이다. 누구든 이 책으로부터 기존에 알지 못했고,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고 무시했던 중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또 약간의 운이 따른다면 그와 같은 지식들로부터 새로운 지혜가 태어나는 순간도 맛볼 수 있을 테다. 책이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게 바로 이와 같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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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지극히 사실적이다. 이미 한국에서 소설에 등장한 여러 사례가 뉴스를 탄 바 있다. 학습지 시장 뿐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갖가지 방식으로 제 노동을 착취당한다. 일부는 일터에서, 또 일부는 제 공간으로 돌아와서 생을 저버린다. 그 많은 죽음 가운데 업체가 제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자본은 노동을 위하지 않고, 책임 있는 이들조차 개선을 외면하기 십상이다. 이 소설은 그 같은 비극 위에 약간의 문학적 상상을 더한 결과다.

이전 시대 노동문학의 지향은 명확했다. 법을 미준수하는 거대자본에 맞서 들끓는 민주화의 열망과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갔다. 그러나 오늘날, 노동문학은 제 설 자리를 잃었다. 달성된 민주화는 노동문학의 손을 놓았다. 세련된 제도는 법의 틀 안에서 노동자를 옥죄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하여 수아의 죽음과 같은 비극들이 거듭 반복되는 것이다.

소설 속 연우는 홀로 수아를 복권시키려 한다. 좀비들과 맞서 짓밟혀선 안 되는 진실을 지키려 한다. 그의 모습으로부터 오늘의 몇몇 사건들이 읽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연우가 살아 오늘의 세상을 본다면 어떤 광경일지 생각한다. 우리는 좀비가 아닌가, 세상은 좀비시대가 아닌가. 정말 그러한가.

좀비시대

방서현 지음
리토피아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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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MB정부 언론탄압으로 해직된 기자와 PD가 모여 2012년 만든 매체다.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묻고, 제가 보도한 기사를 다시금 꺼내어 알리는 목적에서 이 책을 냈다.

자화자찬하는 민망함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 지난 보도를 정리해 자랑스럽게 공개할 수 있는 자신감이 멋지게 다가온다. 한 달쯤 되면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게 보도다. 그를 정리하여 가치를 평가하고 언론사적 의의를 찾는 작업이 의미 깊게 느껴진다.

<뉴스타파>는 창간 이후 현재까지도 저들의 설립이념인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켜내고 있는 희귀한 사례다. 탐사보도 전문매체란 지향 또한 굳건하게 붙들고 있다. 4만 명을 헤아리는 후원자가 있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뢰 또한 유지한다. 제대로 된 기자가 없다는 흔한 푸념 앞에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이와 같은 매체, 이와 같은 언론인이 남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뉴스타파하다

뉴스타파 지음
도서출판 뉴스타파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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