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간, 인간-휴머노이드, 인간-동물 관계에서 결국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생각을 가진 로봇 ‘콜리’에게 위로를 받는다.
로봇에만 흥미를 가지는 자.
로봇에 의해 상처를 받은 자.
로봇으로 편리해진 세상을 살기에 외로운 자.
수미상관으로 이야기를 열고 닫는 이 책은 결국은 ‘우연재’라는
로봇을 좋아하는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 주변의 인물들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라는 구절이 와닿았다.
한참, 심리적으로 힘들고 외로울 때 무의식적으로
인터넷에 ‘행복한 과거로 되돌아가는 법’을 검색한 적이 있다.
거기서 돌아오는 대답은
‘행복했던 과거만큼 현재를 만들어라’라는 대답이었고,
그 대답을 보는순간 잠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거 마냥 멍해졌다.
왜 되돌아 가려고만 했을까.
그때부터 멈추었던 내 시간은 다시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아주아주 작은 행복일지라도 소소하게 무언가를 통해
다시금 기쁨을 맛보기도 했고 그러한 내 모습이 어색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좌절, 시련, 슬픔 등의 온갖 부정적인 단어들이 내 삶을
에워쌀지라도 이것은 모두 ‘천 개의 파랑’이며
문장이 아닌 여러 단어로 조합해 낼 수 있는 우리의 삶이다.
주어진 같은 시간 속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우리 모두의 삶은 푸른 하늘처럼 아름다운 것이고,
가끔은 눈이 시려 눈물이 맺힐지언정 미칠듯이 찬란한 삶이다.
시간이 멈추어도, 단 3초라는 적은 숫자의 시간이어도 흘러가는 속도는 매순간마다 달리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빠르게’ 하는 것에 열정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할 때 열정적이고 행복한지를 느끼는 것이다.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이 책 자체는 초반에 어렵지않은 내용으로 점점 쌓아올리다
한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살짝은 느슨해지고 급하게 마무리가 지어지는 듯한 느낌 또한 있었다.
아마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나는 오히려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이 책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빠르게 달릴줄만 알고 멈출줄 몰랐던
‘경주마’인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천천히 달리는 법을 배운다.
꽤 많은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다 내뱉어본다.
나의 호흡을 온전히 피부로 다 느껴본다.
혹여나 나의 감상을 발견한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발견하지 못한 이들이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대들의 호흡에 언제나 떨림이 있기를, 살아있음을 느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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