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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을 생각하는 당신에게

이주혁 지음
새움 펴냄

보건당국이 방치하다시피 한 한국 성형업계가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지를 차근히 서술한다. 성형외과 의사의 시각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서술한 대목은 절로 흥미를 자아낸다. 검증되지 않은 보형물을 마치 신기술의 집약체인 듯 홍보하여 폭리를 취하는 것이나,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부터 환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모습, 그 환자들조차 양심적인 의사를 충분히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 등이 차분한 어조로 설명된다.

대형 성형외과 병원장들이 이사로 등재된 의료기기 업체가 있고, 또 그 업체가 제조한 보형물이 마치 대단한 신제품이기라도 한 것처럼 활용되는 현실, 환자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상황 등도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듯도 보인다. <성형을 생각하는 당신에게>는 성형이 그저 환자의 심리를 자극해 돈을 버는 수단이어선 안 된다고 믿는 의사의 양심선언이며, 성형에 대한 인식개선과 법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일침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스로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개설하여 이 같은 인식변화를 요구하고 있기도 한데, 이 책이야말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이 담긴 저술이라 할 것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은 성형이 산업이라 불릴 만큼 몸집을 키워가는 동안 오로지 그 빛에만 주목한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그 그림자가 수많은 의료범죄 피해자를 낳았고, 또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양산하고 말았다. 그중에선 한국인이 아닌 이들이 적지 않으며, 언어와 재정적 문제로 싸워보지 못한 채 성형을 넘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나라에 정의가 있고 법도가 있다면 이 책으로부터 어떤 변화를 꿈꾸려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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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이란 이름을 내건 북카페에서의 경험이 내겐 완전하여서 나는 책 한 권을 사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를 볼 때마다 여기서 맛본 감동이 떠오르리란 기대였다. 여러 권의 책 가운데 카페 이름과 같은 <바베트의 만찬>이 눈에 들었다. 나는 주인장에게 책의 제목을 가게 상호로 딴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다. 그가 내게 이 책과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 묻더니 보고 나면 알리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그를 안다.

처음 실린 표제작 '바베트의 만찬'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예술을 하는, 적어도 애호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모든 이가 나와 같으리라 확신한다. 모든 걸 잃고 타국으로 흘러온 주방장, 제가 가진 모든 걸 하루아침에 태우고 난 그녀가, 그러나 조금도 비루해보이지 않다.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라니까요."

바베트의 말에 실린 자긍심이 어찌나 컸던지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 등판에 쩌억 한 줄기 채찍자국이 남은 듯도 하였다.

바베트의 만찬

이자크 디네센 지음
문학동네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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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여성 사이를 오가는 빛, 그 힘에 대한 이야기다. 힘겨워하는 이도 힘을 주는 이도 대부분 여성, 예외적 남성성 없는 남성으로, 여성이 다른 여성과의 관계로 오늘을 버텨낼 힘을 갖는 모습을 그린다. 읽고 있자면 인간이란 정말이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일어설 수 있는 존재구나, 그런 믿음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소설 속 남성이 죄다 비루하고 저열하단 점이 남성 독자로서 답답한 감상을 갖도록 하는 게 사실이다. 딸을 남의 집 부엌데기로 팔아치우고,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고,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딸에게만 재산을 주지 않으려하고, 뛰어난 여자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불공평한 가사노동을 강요하는 남자들. 그러나 이 모두가 누군가에겐 사실일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 소설이 그린 희미한 빛의 연결이 성별을 넘어 모두에게 유효하다고 굳이 최은영이 하지 않은 이야기까지를 나는 믿어보고자 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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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starsky

제기되는 여러 비판들, 이를테면 학술적으로 논란이 되는 서술이 많다거나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시각이 엿보인다는 학계의 주장엔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한 학자가 역사학의 세부분과들은 물론이고 과학과 경제, 철학 등 다른 학문분과들을 넘나들며 제 생각을 펼친 대중서이기에 가질 밖에 없는 문제를 이 책 또한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한 출처와 실증적 연구의 부재, 무엇보다 통상의 논문과 달리 동료 학자의 교차비판을 피해 출간된 대중서란 점이 이러한 취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피엔스>가 오늘의 독자에게 의미 깊은 저술이란 점 또한 확실하다. 기존 역사학계가 이루지 못하였던 대중의 관심을 크게 환기했다는 점도. 인류가 오늘의 문명을 이룩하고 심지어 그 장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혁신적 기술의 세계로 접어들기까지, 지나쳐온 중요 지점들을 이 책이 흥미롭게 살핀다. 그로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드문 우리 독자들은 인간이 저지른 무수한 잘못과 약간의 이로움에 대하여 평가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기존 통념과 다수설을 뒤집는 몇몇 주장 또한 신선하다. 이를테면 공산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하나의 종교로 바라본다거나, 여러 지역 제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처졌음이 명백했던 근대 유럽국가들이 제국주의와 결합하여 신대륙을 정복하고 과학혁명을 이룩한 이유를 설하는 점 등이 그러하다. 하라리의 분석 그대로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수많은 학자들의 비판처럼 편협하고 위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질문과 시각, 가설들이 독자로 하여금 지식 아래 깔린 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 사유하게 하는 힘을 준다는 점은 명백하다.

<사피엔스>는 대중서로서의 가치가 충만한 저작이다. 누구든 이 책으로부터 기존에 알지 못했고, 충분히 돌아보지 못하고 무시했던 중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또 약간의 운이 따른다면 그와 같은 지식들로부터 새로운 지혜가 태어나는 순간도 맛볼 수 있을 테다. 책이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게 바로 이와 같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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