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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엄마를 보내 주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인간이 죽어서도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후회 없이 애도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장례식장의 대관료,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관과 유골함 가격, 장지, 그리고 높낮이와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납골당 사용료와 관리비, 예약금까지. 이렇게 죽음이 흔해진 세상이라 애도는 더욱 비싸졌다.
엄마가 소각장에서 눈을 태우며 벌어들인 돈은 거의 그대로 장례에 쓰였다. 그건 꼭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생일날 홀로 노래 부르고 축하하는 것처럼 외롭고 허무했다. 그때부터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돈이 기본이었고, 돈이 가장 간편한 수단이었고, 돈이 능력이었고, 하여간 돈이 최고인 것 같았다. 적어도 먼 훗날 그때 아직 내 곁에 남은 사람들과 온전히 함께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싶었다. 그게 그렇게 큰 바람인가? 그 정도조차 바라지 못하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난 짐이 되기 싫다. 그럴 바엔 그냥 죽어 버리는 게 나아."
아무리 이모라 해도 그 말은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이모를 상처 입히고 싶었다.
"이모가 죽으면 나도 똑같이 죽어 버릴 거야."
이모가 상처 입은 표정을 지었다. 바랐던 결과인데 통쾌하지는 않았다. 센터에 들어갈 때까지 이모와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둘 다 무척 화가 나 있었는데, 그게 서로에 대한 화는 아니었으나 화를 낼 상대가 서로밖에 없었다. 둘 다 고집이 센 인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내 이 꼬인 성격은 다름 아닌 이모에게 물려받았으니까.
나는 추운게 좋았다. 더운 것보다는 추운 게 좋다. 더워서 땀이 흐르면 닿는 게 싫어진다. 내 몸끼리 닿는 것도 싫다. 하지만 추우면 온기를 보다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곁에 남아 있는 이의 존재를 귀찮아하지 않고 실감할 수 있는 겨울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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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문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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