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듀는 '앵무새'라는 뜻을 가진 당시 끽다점(카페)이고, 이곳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사람은 현앨리스. 그리고 그의 오촌 관계인 이경손이 돕는다.
이경손은 극작가이자 영화 감독이기도 했다. 힘들었던 일제시대에 예술인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그 시절 영화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호기심을 갖고 보면 흥미가 더 돋는다. 영화 <아리랑>을 만든 나운규, 임시정부의 김구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조연으로 나와서 흥미로운데 어디까지나 이 소설을 끌고 가는 이들은 이경손과 현앨리스다.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도 엉망진창일 것 같다. 끝까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암울한 시기.
이경손은 상해로, 그리고 방콕으로 떠난다. 사실 방콕은 홍콩에 가기 위한 경유지였을 뿐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그곳에서 무역업으로 부를 일구며 터를 잡았다. 부는 이루었으나 참 의도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강물 흘러가듯이 흘러가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해서 아이들도 낳았는데 첫째딸의 이름은 카루나. 카루나는 자비, 부탁합니다 라는 뜻.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이 시대에 딸이 어떻게든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을까.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담긴 이름 같았다.
이경손의 독백 같은 서술이 매우 유머러스해서 그다지 무겁거나 비장하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오랜만에 쉼표 같은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