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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지음
민음사 펴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관절과 같은 것이라 활액이 없이는 삐걱거리며, 그에 따른 통증과 불편은 실제로 느끼고 감당하는 쪽이 으레 따로 있다는 게 단희의 주된 불만이었다.

발화 당사자의 미묘한 제스처나 그 자리의 공기, 청자의 심리가 지워진다는 점이. 언어 자체가 지닌 약점이었다.

물 새는 구멍이 따로 있었는데 교원은 무엇을 위해 악착같이 일상의 틈마다 접착제를 바르고 살아왔는지 알 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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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wandukongu

정신아픔이일 때는 읽는 것을 추천하지 않음.

그때 니는 부영이 정원을 지켜주는 방식이 에전과 달라진 것 같디는 생각을 했다. 그게 부영이 변해서인지 정원이 변해서인지 아니면 부영과 정원의 거리가 달라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부영은 자신이 도저히 손쓸 수 없는 먼 곳을 항해 치달려가는 정원을 보며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훠싸였는지도 모르겠다.

-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

멋있어. 반희가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풍경이 괜찮지?

아니. 채운씨가 멋있다고.

내가 멋있다고?
채운은 웃음이 났다.

참, 별게 다. 지금 우리가 가는 데는 예전에 내가 촬영지 헌팅 다니다알게 된 집인데 말이 펜션이지 진짜 절간이 따로 없어.

멋있어.

또뭐가?
채운이 실실 웃었다.

이런 데도 다 알고 정말 멋있어. 채운씨

아, 그만해! 웃겨서 운전을 못하겠어.

-

엄마. 밤새 무슨 일 있었어? 말투도 막 바뀐 거 같아.
뭔 소리야? 반희가 채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 이거 너한테 배운건데.
와. 채운이 과장되게 손백을 쳤다. 내가 그렇게 덧있게 말한다
고?

-

내가 동생에게 경탄하는 동시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대목이
이것이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렇게 금세 풀고 마는가.

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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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경님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게시물 이미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심너울 지음
안전가옥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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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wandukongu

창밖에서 귀로 공부를 쫓아갈 때 몰래 책을 베꺼줬던 것은 다섯째였다. 너와 나는 기의 같지, 하고 속삭이면서.... 다섯 째에게 빚이 있었다. 다섯째로 살면 다섯째를 살린 것 같을까? (중략) 먹보랏빛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죽은 자들이 가까이 있
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은 자은이 서늘한 손으로 살아 있는 자은의 손등을 두드려주는 것만 같았다. 원래 말이 많은 형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로 거의 같았어? 한쪽은 차분했고 한쪽
은 나무칼을 쥔 채 외쳤는데 우리가 거의 같을 리가 있었어? 죽은 형제는 대답이 없었다.

-

젊고 총기 님치는 독살자의 얼굴은, 탄로가 나고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그악스러운 본색을 드러낼 줄 알았건만 그대로였다.

-

칼을 휘두르고 거짓 갑옷으로 그것을 맞은 두 사람이 단출하게 남았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음은 보답받을 것인가? 결국 한 사람만 남겨질 것인가? 어느 쪽이 되든 옥화가 행복했으면 했다. 의지가 있고, 성질머리가 있고, 미련한
구석도 있는 다시 만날 일 없을 그 여자가.

-

"아아아아."

인곤은 베개처럼 완벽한 돌에 머리를 없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라도 있을 수 있겠어."

그 말에 자은이 웃었다.

"해골이 되어서도 편안할 거야.

"자고 많은 물에 조금씩 조금석 씻겨 사라지는 거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개의치 않으며, 눈감고 세
월을 흘려보낸다? 그보다 더 감미로운 일은 없겠군.

-

"다 저지르고 말해줬어요. 엉엉 울더니만 어쨌든 베를 열심
히 짰죠."


마음이 약한지 강한지 알 수 없는 여자였다. 친우를 위해 육백 년 전통의 겨루기를 방해할 만큼 강하면서도 천을 망칠 만큼 못돼먹진 않았다. 울면서 죄를 고백하면서도 친우는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다. 어느 한쪽이라면 마음이 나았을까. 착잡해진 세 사람은 바로 소판 댁으로 향했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정세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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