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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현대문학 펴냄
자극적이고 술술 읽히는 일본 장르소설을 생각하고 펼쳤는데 어라라 기대 이상이었다. 한 여자의 죽음 뒤 스물일곱의 증언으로 그녀를 이야기한다. 대립하고 양립할 수 없는 증언들은 죽은 이를 악녀라고, 억울하게 악녀로 매도된 선한 여성이라고, 선하기도 악하기도 한 평범한 여자라고 말한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디 쯤에 있을 텐데, 독자는 남은 책장이 줄어갈수록 저만의 확신을 세워간다. 누군가는 그녀를 악녀라 하고, 누군가는 그녀를 결백하다 한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내가 답을 알지 못한다는 쪽이다. 어쩌면 끝내 진실을 말하지 않는 이 소설의 진의는 실은 모든 인간이 오만하다는 것, 또 모든 인간은 자주 거짓을 말한다는 것, 그리하여 진실은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늦었지만 작가 아리요시 사와코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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