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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인생

이슬아 지음
디플롯 펴냄

울음 꾹 참기는 꽤나 끝내주는 일

https://m.blog.naver.com/hj5544m/22346686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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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900408

홀로 살 수 없다고 확신하는 나에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커다란 응원이 되어준다.

가끔 상상한다. '혼자 살면 어떨까?', '결혼하면 힘들까?'라며 늘어놓는 상상들은 결국 '혼자는 못 살겠어!'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도 방에 자주 있지 않는 사람이 혼자 살면 얼마나 외로울까. 거실에 나와서 엄마와 종알종알 대화를 나누고, 동생 방에 가서 괜히 어슬렁거리고, 몽이를 핑계로 매트리스에 나눠 누운다. (내 방에 몽이 화장실이 있는 덕에 방문을 닫지도 못한다.) 그런 일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미래에 올 주거 형태를 생각하면 조금 아득해지는 건 사실이다. 언제까지고 가족과 함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독서모임에서 『에이징솔로』를 읽었다. 친구들 사이에 미래의 주거 형태를 떠올리며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대부분 우울해진 분위기에 심지어 나는 독서모임 중 분위기를 띄워보기 위해 재미없는 농담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혼자 살기 위해 필요한 자금과 집,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자신 등 온갖 걱정들이 합친 우울이었다. (나는 아니었지만) 『에이징솔로』를 읽고 우울을 느꼈다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읽고 나서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거하는 것과 별개로 이토록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났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싸우고 잘 화해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까지 황선우와 김하나의 시간들이 얼마나 쌓였을까. 그 시간들을 나도 누군가와 닮아갈 수 있을까.

만일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살아가보고 싶다. 이들처럼 유쾌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주거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황선우 외 1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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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408

임유영 시인은 땅을 파거나 깨트리고 무엇 하나 함부로 부러지게 두지 않는다. 다만 이미 깨진 것과 부러진 것을 바라본다. 시인은 조금씩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오믈렛

임유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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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900408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견고하게 만드는 일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관계든 이어지는 줄(연결고리)이 있다. 박소영과 박수영은 '고양이'라는 줄로 아주 견고히 이어져 있다. 『자매일기』는 언니 박소영과 동생 박수영이 각자 쓴 일기를 볼 수 있는 에세이다. 언니와 동생으로 부르지 않는 박수영과 박소영이 친구처럼 지내게 된 계기, 가정환경, 집, 다이어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 흩어져 있는 산만한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읽다보면 그렇지 않다. 자매는 "고양이"라는 굴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제목에 대한 기대감

『자매일기』는 제목에서 기대한 것들과 사뭇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것들이 있다. 자매가 같은 이야기를 두고 다른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게 궁금했고, 자매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이 보고 싶었다. 나 또한 위에 오빠가 있고, 아래 여동생이 있는 남매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매의 시선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책을 들여다보면, 자매의 가족 형태를 많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만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고양이 일기인지, 자매일기인지 헷갈릴 만큼. 기대한 것과 달랐지만 나에게 분명 이 책은 그 헷갈림이 사뭇 반갑게 다가왔다.

-고양이 일기

친구들에게 우리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건, 반려견 몽이이다. 박소영 박수영 자매처럼 우리에겐 몽이야말로, 가족 내부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줄이다.
가끔 우리 가족은 싸우거나 기분이 나쁘다는 표시로 방문을 소리 내어 쾅 닫는다. 그런데 그 방문 앞에 몽이가 낑낑대며 앉아있다면 불과 3분도 지나지 않아 무너진다.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는 잔뜩 부리는 자존심이 모두들 몽이 앞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고양이로 이어지는 박소영과 박수영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우리 가족이 몽이를 위해 같이 살고 있는 건지, 몽이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 이 집에 먼저 살았었던 건 맞는지 자주 헷갈린다. 『자매일기』 자매 역시 일상을 이야기할 때, 관계의 줄(고양이)을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동생과 함께 자매일기를 쓴다면, 의도하지 않아도 몽이 이야기가 80%를 차지해 버릴 것이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벅찬 존재

누군가는 고양이의 이야기가 많다고 타박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나를, 자매를, 우리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마음들이 담아져 있다고 이해했다. 그렇기에 『자매일기』는 무척이나 솔직하고 따뜻하다.

나는 『자매일기』를 읽은 한 독자로서, 자매를 잇고 있는 줄이 길어지길 바란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벅찬 존재들이 아주 오래오래 살아있고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자매일기

박소영 외 1명 지음
무제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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