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뒤를 도는 인물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은영에게 처음 반한 건 단편 「쇼코의 미소」였다. 소설을 다 읽었을 때, 처음으로 글을 읽고 펑펑 울었다. 당시 눈물을 글썽이면서 모순적이게도 다른 단편들을 읽지 못했다. 소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는 다른 단편들을 모두 읽어낼 용기가 부족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우연히 「아치디에서」를 수업에서 마주했을 때, 지독히도 소설이라는 장르와 최은영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 사랑이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이어졌다. 그녀가 말하는 관계들의 애정과 슬픔이 묻어나올 때, 오로지 이야기 속에 갇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치디에서」 속에서 위로받는 아이들은 나와 A처럼 느껴졌으며, 「쇼코의 미소」에서 할아버지가 우산을 드는 모습은 나의 할머니와 엄마가 떠올랐다. 이야기가 오로지 이야기에 갇히지 않고, 현실에서 나와 함께 살아움직일 때의 감동. 최은영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기에 그녀의 소설들을 아끼고 아꼈다.
비로소 새해가 되어 『쇼코의 미소』를 완독했다. 솔직히 「쇼코의 미소」을 제외하고 엄청난 감동을 받은 작품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먹먹했다. 특히 「신짜오 신짜오」와 「한지와 영주」에서 인물들이 몇 번이고 인사하려는 마음들이 살아움직일 때, 소설 밖에 읽는 내가 그 모두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마다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야 마는 최은영의 발걸음을 종종 따라갔다. 아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인물들. 그들이 나에게 자꾸만 뒤를 도는데 나는 그저 소설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것을 아주 미안하다.
최은영을 만난다면 나는 당신 덕분에 지금까지 소설을 읽는 거라고, 덕분에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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