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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은이), 정혜윤 (옮긴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2년 전 <H마트에서 울다>가 김영하 북클럽으로 지정되었다. 제대로 참여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시간 내어 읽고 참여하려고 노력했던 해였다. 몇몇 권은 한두 달이 지나 읽기도 했고 어떤 책은 거르기도 했다. 때맞춰 읽은 건 딱 한 권 뿐이었던 듯. <H 마트에서 울다>는 그때 구입해 두었던 책이다. 또, 읽기 시작한 지도 어언 세 달이 넘었다.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가 쓴 에세이로, 작정하고 읽자면 하루 이틀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도 세 달이나 붙잡고 있었던 건, 바쁘기만 해서는 아니었다. 아마도 엄마와 딸의 관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암에 걸린 엄마와 딸.



처음엔 미국에서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나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없어 힘들고 괴롭기만 하던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라 훌훌 잘 읽혔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아빠와는 여전했지만 엄마와는 조심스레 관계를 개선해 나아가던 때, 미셸 자우너는 엄마의 암 발병 소식을 듣는다. 아마 이 즈음부터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나와 엄마는 애증의 관계였다. 엄마는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해 퍼부었다. 곰살맞고 그런 얘기 잘 들어주는 딸이었다면 참 좋았겠는데, 마흔이 넘어도 딸은 어린 시절부터 내가 스트레스 풀이 대상이냐며 꼬박꼬박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우리 엄마가 한창 바쁠 때 내게 전화 해 "내가 이상하게 걷나 봐. 사람들이 빨리 병원 가보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번도 병원 밖을 나오지 못했다. 뇌 속에 자리잡은 악성 교모세포종 때문이었다.



<H 마트에서 울다>를 읽으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11개월의 간병 기간 동안 혹 고통만 준 건 아닌지, 들어주고 싶어도 더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엄마의 요구들을 들어주지 않은 게 맞았던 건지 곱씹던 시간은 지났다. 지금은 엄마의 엉뚱함에 웃었던 기억이나 손녀들에게 아낌없이 주려 했던 기억만 난다.



미셸 자우너 또한 엄마를 보내고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H 마트에 간다. 엄마가 해주시던 한국 요리, 그 요리를 본인이 직접 하며 엄마의 뒤를 밟는 것이다. 한인 2세로서 자신의 위치와 모든 한국어를 다 알아듣거나 잘 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에게서 받았던 한국 문화 등이 엄마를 추억하는 딸로서 함께 공감하고 함께 추억하게 한다.



읽는 동안보다 책장을 덮고 난 이후 더 감동적으로 기억되는 책이다. 더 늦기 전에,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 하라고.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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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첫 TV 화면은 대규모 군인들의 발 맞춘 엄청난 행렬이었다. 척척 발을 잘도 맞추어 행진하던 그들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도대체 무슨 날이기에 저런 행사를 하는 걸까 궁금했다. 곁에 할머니가 계셔 어쭤보니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취임식이라고 하셨다. 어린 생각에도 대통령이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저렇게 커다란 행사를 하다니 말이다. 조금 더 커서 그 사람이 전두환인 걸 알았다.



나는 격정의 시대를 조금 지나 태어난 사람이다. 5.18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은 모두 내가 너무 어릴 때나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일어났으니, 이제 좀 알 만한 대학생이 되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으로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편안히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노력했구나...하는 것이 비로소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벌써 전에 구비해 두고 읽지 못하고 있던 건, 또 한 번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어야 함을 알고 있었음이다. 하지만 노벨문학상까지 탄 이 마당에 더 미뤄둘 수 없어 책을 집어들었다.



처음엔 제 1장의 2인칭 시점에 당황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시적인 문장에 또 당황하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너무나 입체적인 이 책의 구성에 놀라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다. 소문만큼 엉엉 밤새도록 울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눈물을 흘릴 만큼 흘렸고 속상하고 가슴 아팠다.



책은 제 1장 2인칭 시점으로 동호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중 3, 친구의 누나를 찾으러 친구와 함께 나왔다가 친구마저 잃어버린 후 사람들을 돕는 동호. 그리고 1인칭 시점의 동호 친구 정대, 동호와 함께 사람들을 도왔던 3인칭 시점의 은숙, 다시 1인칭 시점이지만 동호를 챙기던 김진수와 함께 시위대였던 누군가, 은숙과 시체를 담당하던 1인칭의 선주, 1인칭의 동호 엄마, 에필로그엔 그 동호를 따라 되짚던 작가의 시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처럼, 고백처럼, 누군가를 관찰하는 이야기로... 하나의 사건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동호가 있다. 아직 중 3의 어린, 그럼에도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으려 그 한복판에 있던 동호.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114p



학생들에게 꼭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의 편안한 삶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도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고....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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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읽고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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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les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만난 건, <빅 픽처>를 통해서다. 한창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있다가 조금 시들해진 쯤이었는데, 당시에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고 읽히다 보니 그저 그런 유행을 선도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다 궁금해서 읽게 된 <빅 픽처>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 너무 재미있는데, 인물의 심리 묘사가 너무 뛰어나서 정말 숨도 못 쉬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거기다 "빅 픽처"가 그 빅 픽처인 것을 알고 뒤늦은 깨달음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원더풀 랜드>라는 제목이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의 눈에 띄는 제목들보다 조금 평이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 문장에 "2036년,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악몽을 꾸듯 섬뜩한 미국의 미래 이야기!"라는 문구를 보고 나면 너무나 읽고 싶어질 수밖에~.



진짜다! 책을 펼치면 미국 지도가 한 페이지에 나오는데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거기에 중립지대가 표시되어 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지도를 잘 살펴보고 도대체 미래의 미국이 어떻게 됐다는 건지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올해가 2024년,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사실 2036년은 몇 년 남지도 않았다. 그런데 미국이 둘로 갈라진다고? 이게 가능한가? 싶은데, 읽다 보면 막~ 수긍이 간다.



작가는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 흘러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펼쳐낸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철저하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상상한 것이다. 그러니 읽는 독자는 진짜 그럴지도~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정말 놀라웠다.



"트럼프는 상스럽고 거칠고 마구잡이로 떠드는 저질 백인 남성의 언어를 구사했고,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라는 허울뿐인 슬로건을 내걸었다."...49p



그러니까 미국은 모두가 평등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표방하는 연방공화국(하지만 사생활이 일일이 감시당할 수 있다)과 완전 보수를 꿈꾸는(그들의 정치 체제를 위해서 역사 왜곡도 전혀 게의치 않는) 공화국 연맹으로 나뉜다. 각각의 사회는 장단점을 가지고(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 사회가 좀더 나아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묘사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주인공 샘 스텐글을 통해 첩자로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심리 묘사도 아주 뛰어나다. 그 누구 하나 믿을 수 없고 자신의 사생활 따위 까발려지고 깨끗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샘은 중심을 잡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이 때론 애처롭게, 때론 강인하게 느껴지면서 이 소설에 홀딱 빠져들게 한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하던 작가가 좀더 큰 세상 속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함께 평화를 논할 수가 없다. 서로 원하는 가치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바로 그 모습조차 바로 우리, 이 땅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진정 우리가 꿈구는 원더풀 랜드는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밝은세상 펴냄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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