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 /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할머니댁은 아름답다. 하지만 만희는 이곳이 낯설기만 했을 것이다. 긴장으로 딱딱해져 꽃과 나무의 형형색색이 무채색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 만희는 빼꼼히 열려 있는 대문을 본다. 거기엔 슬리퍼를 입에 문 강아지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그 순간 만희는 상상한다. 무채색 너머의 색색을, 활기를, 요란함과 즐거움을.
연립주택과 할머니댁 / 만희네가 살던 연립주택은 방이 하나다. 그래서 만희네의 삶은 단 한 페이지로 축약된다. 이삿짐으로 어지러운 거실에서 장난감과 놀고 있는 만희의 모습으로 말이다. 그에 반해 할머니댁은 방이 많다. 방은 저마다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방문이 열리면 즐거움이 흘러나온다. 즐거움이 교차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할머니댁은 만 가지 기쁨(萬喜)이 있는, 기쁨으로 가득 찬(滿喜), 만희네 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