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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

마스다 미리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읽었어요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초록색이 되었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저녁놀 같은 오렌지색이 되었다.
색은 자꾸자꾸 만들어낼 수 있구나.
백 개 정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색의 동그라미, 엑스 삼각형을 그렸다. 도화지를 가득 채워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줄을 섰다. 선생님한테 빨리 보여 주고 싶다.
그러나 내 뒤에 선 아이가 내 도화지를 보더니 “어, 틀렸어!”라고 말했다.
“색은 세 가지만 쓰는 거야.”
몰려온 다른 아이들도 “틀렸어!”라고 했다. 선생님이 세 가지 색의 동그라미, 엑스, 삼각형이라고 말한 걸 나는 미쳐 못 들었다. 내 도화지에는 수많은 색의 동그라미, 엑스, 삼각형이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일을 해버렸다.
나는 틀렸다.
눈물이 나왔다.
슬픈 심정으로 선생님에게 보여주자, “이야, 예쁘구나.”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그래요? 선생님도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무척 기뻤다.

“저 구름 내 거!”
쉬는 시간, 친구가 교실 창문으로 구름을 보며 말했다.
아이의 구름은 커다란 구름 옆에 있는 작은 구름이었다.
“그럼 저 구름은 내 거!”
나는 조금 떨어진 곳의 동그란 구름을 하기로 했다.
“그럼 저쪽 구름은 내 거야!”
그 아이는 또 다른 구름을 자기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럼 저건 내 거야!”하고 먼 곳의 홀쭉한 구름을 내 걸로 했다.
구름은 모두의 것.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는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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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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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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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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