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페이지가 넘는 이책을 드디어 독파했다.
아이에게 읽어주는 동화책들의 원전을 읽어보자는 취지에서 읽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임이 100% 공감되기 시작했다.
우선 디즈니 동화의 틀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어공주가 왕자와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은 없음). 틀에 박히지 않는다. 단순 권선징악의 틀에서 벗어난다.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설명해 놓은 것 같다. 안데르센의 자전적인 내용도 많다 (어린 시절의 어려움, 극복하게 된 과정 등).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완벽한 동화이다. 동물, 식물 뿐만이 아니라 집안의 책, 가구, 가재도구, 바깥의 돌, 바람 등 세상에 있는 말 못하는 온갖 것들이 말하고 생각한다. 그 내용에는 우리 인간들의 어떤 사상들이 다 표현되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적이면서 기독교적이지 않다. 교회, 목사, 견신례, 제단, 구원관 등이 무수히 나온다. 하지만 미신, 전승, 신화 등도 이 이야기들의 뿌리가 된다. 당시 안드레센이 겪었던 종교, 사회적
배경들이 이야기의 소재가 돼서 그런가 싶다.
책이 아니라 이야기이다. 문어체가 아니라 실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말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쭈욱 읽힌다. 짧은 이야기들이 많고, 읽다보면 40~50페이지의 긴 이야기들도 나온다.
안데르센 동화전집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현대지성 펴냄
1
말로만 들어 대충의 스토리만 알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
우선 이게 1권이라는 사실에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14권 짜리 동화라는 것이다.
예산에 맞춰 사다보니 미니북을 사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재미가 있었다. 살포시 장바구니에 14권 전체를 담았다(국내 최초 완역본).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가 사기꾼이었던 오즈의 마법사로부터 받은 것은 사실 가짜 뇌, 심장, 용기였는데 그들은 그것이 진짜인 것으로 믿었고 나중에 나라와 동물들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됐다. 오즈의 마법사가 약속을 지키려고 만들어낸 술책일텐데 이들이 ‘믿음’(위대한 마법사이니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을 가지고 있어서였을까 도로시와 모험을 다니는 과정에서 그들이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이미 소유하게 됐기 때문인걸까.
오즈의 마법사 1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더스토리 펴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