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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필름(Feelm) 펴냄

무언가 기술을 얻고자 한다면 양적인 축척이 선제 되어야 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시적인 집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거시적 관점이다. 물론 이 작업은 한 사람이 가진 삶의 의미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므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p.195)

독서의 효용이란, 머릿속으로 즐기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문장을 타고 전해지는 저자의 신체 감각, 그리고 문체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리듬과 템포 등 신체적 특성과 관계된 요소들이 독자인 나의 몸에 그대로 전해져 울림을 주는 것이다. 그 울림은 처음부터 편안한 수준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위화감을 동반하는 낯선 수준일 수도 있다. (p.290)


무려 18년 만에 복간된 자기계발서라. 18년이면 강산이 2번 변할 세월인데 이게 가치가 있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1년에 버려지는 자기계발서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던 터라, 『일류의 조건』에 대해 그리 좋은 시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왜 사랑받는 책들은 시대를 넘어서도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결론부터 기록하자면 『일류의 조건』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삶을 능률적으로 사는 비법이 담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일류의 조건』은 요약하고, 기술화한 것을 추진하는 '숙달'의 과정을 다루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숙달을 신체적 영역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숙달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힘이다. 똑같은 일을 배워도 유달리 더디게 배우는 사람이 있고, 남들보다 빠르게 센스 있게 캐치 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이 당연한 답은 인생에서도 결코 다르게 적용되지는 않을 터. 이러한 숙달을 위한 기술을 소개하는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무엇에든 센스와 기술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름 『일류의 조건』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정리하는 첫 번째 기술, 요약. 저자는 2:8의 공식으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데, 일이나 과제에 주어진 핵심을 파악하고 그 핵심에 집중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부분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다독을 통해 전체와 부분을 보는 힘 등을 기를 수 있다고 하니 이 점에 대해 꾸준히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는 훔친다고 표현하는 '내 것으로 만들기'.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타인의 것을 바탕으로 내것화 하는 힘,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을 키워간다면 그보다 단기간의 숙련이 또 어디 있을까. 타인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을 나는 시행착오를 제외하고 배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가성비 높은 기술이다.

다음은 추진하는 힘, 바로 실행력과 추진력, 기획력이다. 사실 내가 과거에 가장 키우고 싶어 했던 부분이 이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왕성히 직장생활을 할 때 『일류의 조건』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생각했다. 『일류의 조건』을 읽는 내내 여러 장에 걸쳐 추진력을 진짜 '힘'으로 만드는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무척 좋았다. 더욱이 이것이 그냥 이론으로 끝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스타일'이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루어주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 나 역시 나만의 스타일이, 나의 존재감이라는 힘이 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다 생각했다.

삶을 요약한다. 어쩌면 무척 빡빡하게 느껴지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을 요약하여 중요한 것을 남기고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습관이 된다면, 그만큼 인생이 알차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들 사이에서 삶이 피로한 지금, 필요한 것만 남기는 기술, 『일류의 조건』은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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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만한 일은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맡겨두세요 웬만한 일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저롤 해결되지 않습니까 (p.64)

내가 어쩔 수 없이 나학으로 떨어져야 한다면, 혼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 죄없는 다른 인간들까지 몽땅 끌어안고 갈거라고. (p.314)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몇 권 읽으며 느끼는 것은, 각각의 책이 저마다의 무게와 기승전결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전체 시리즈도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리즈 전체가 물줄기를 이루고, 그 크고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바다로 흘러들어가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분이랄까.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 『성소의 참새』는 “물살”을 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성소의 참새』의 첫 문장이 “엄청난 폭풍의 전조처럼 그 사건은 시작되었다”일 때 또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가 쏟아지려나 생각하며 마음이 쫄깃해졌다. 피투성이가 되어 수도원으로 피신한 청년, 릴리윈. 그는 떠돌이 광대인데 사건에 휘말려 용의자 신분이 되고 만다. 그때 캐드펠을 만나게 되지만 사람들은 그의 출신성분이나 살아온 배경 등을 따져 그에게 믿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선입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 시대에는 범죄자라도 하더라도 수도원에서 40일까지 보호해주어야 함이 법으로 정해져있던 시기. 캐드펠은 이 시간안에 진범을 찾고, 억울한 이의 불편을 해결해주고자 노력한다.

사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어느 편이든 재미있지만, 이번 『성소의 참새』를 읽으면서는 고정관념이,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즈음의 세상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나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에 숨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시대아닌가. 마치 『성소의 참새』가 우리 모두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성소의 참새

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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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조용필, “꿈” 중에서)

놀랍게도 지금의 7, 80대부터 10대까지 대부분이 조용필의 노래 한 곡 정도는 안다. 모른다고? 에이, 설마. 온 국민이 흥얼거렸던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의 “바운스”부터,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계절만 되면 라디오에 하루 한 번은 등장하는 것 같은 “푸른 언덕에~배낭을 메고~”로 시작하는 “여행을 떠나요”도 가왕 조용필의 곡이다. 그외에도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등 수많은 곡이 후배 가수들로부터 리메이크되며 세대를 거듭해 사랑을 받는다.

사실 나도 이렇게 많은 곡이 조용필의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 '밤을 잊은 그대에서' 음악 소식을 전해주시던 소위 “조용필 전문기자” 홍성규 기자님의 책, 『청춘 조용필』을 읽으며 조용필의 노래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래를 내가 알아서 스스로도 놀랐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왜, 『청춘 조용필』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누가 나에게 김광석의 노래를 왜 좋아하냐 물었을 때 “그의 노래에는 인생이 다 있다”라고 했는데, 반대로 조용필의 노래에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청춘이 머물러 있다”라고 말하고 싶어졌기 때문.

1950년생, 70대 중반의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가을날 찾아 들어본 그의 노래는, 여전히 청춘이 가득했다.

『청춘 조용필』은 홍성규 기자님의 취재 수첩이 36년 만에 열리며 시작된다. 기자와 가수로서 처음 만난 날부터, 진정한 형, 동생으로 우정을 굳혀가는 과정, 조용필이 사랑하는 음악, 술, 주변인, 가족 등을 모두 다루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꿈”, “바운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정도만 명확히 조용필의 노래라고 알 만큼 모르던 이야기인데, 『청춘 조용필』을 읽으며 그가 살아온 시간이나 삶의 태도 등에 공감하게 될 줄이야. 어쩌면 그것은 각별한 애정으로 그의 모든 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의 순간순간들을 함께 쌓아온 이의 글이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한다. 누군가를 향한 단단한 응원과 믿음은 때때로 타인에게도 힘을 줄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분명 나는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 위로를 주는 음악, 살아가며 제대로 나이 먹어가는 자세 등을 모두 얻은 것 같다. 그만큼 『청춘 조용필』은 각별함이 가득했다.

사실 『청춘 조용필』을 읽기 전에는 “용필어천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춘 조용필』을 읽으며 오히려 내가 응원의 메시지를 들은 듯 마음이 든든해졌다. 나도 이렇게, 단단하게 살아야겠다고, 흔들려도 결국 다시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이를 먹어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청춘에 머물러 있듯- 나 역시 흔들려도 결국 나로 살아가야지. 가만히 그의 노래 “꿈”을 들으며 부지런히 채운 오늘을 마무리해본다.


그럴수록 지나온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그리도 아등바등 살아야 했을까. 후회만 남은 것 같고, 이제 늙고 병들어 그 종착역은 세상과의 이별인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사망이 끝이 아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화려한 나비가 되어 휠휠 날아가듯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한 확신으로 살아갈 때 삶이 달라진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생명은 소멸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차원의 물질과 상태로 변화할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은 영원한 시간의 한가운데에 있다. (p.154)

청춘 조용필

홍성규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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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아이가 “엄마 스릴러가 뭐야?”, “긴박한 건 뭐야?”, “숨막히는 거 위험한 거 아니야?” 등을 자꾸 묻길래 대체 이런 걸 어디서 듣고 온건가 싶었는데, 범인은 나였다. 엄마가 보고 있는 책에 “스릴러”, “긴박한 전재”, “숨막히는 몰입감”등이 자꾸 등장하니 궁금해졌던 것.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린 꼬마에게 스릴러를 쥐어줄 수는 없어 늘 “보류”였는데 마침내 아이에게도 읽게 할 “긴박한 미스터리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수상한 보물탐험대』.

심지어 “의식”의 플로리앙 드니송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같은 애거서 크리스티 팬으로서 『수상한 보물탐험대』를 안 읽고 지나칠 수 없지!

『수상한 보물탐험대』는 “템플기사단과 이웃집의 미스터리”라는 부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템플기사단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 책에서 템플기사단을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내가 먼저 읽어보았는데, 어린이책으로만 묶어두기엔 이 재미있는 스토리가 너무 아까워서 영화처럼 “전체관람가”라는 제목으로 바꾸어주고 싶더라. 올리비에가 우연히 들어간 이웃집에서 템플기사단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 선생님인 엄마의 자료들을 통해 이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미스터리 그 자체로도 무척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등중학년 부터 초등고학년까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또 올리비에가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나 방법 등을 통해 관찰력을 키우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올리비에가 쌓아가는 우정을 통해 친구관계도 학습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책 자체가 두껍지 않은 『수상한 보물탐험대』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집중력을 읽지 않을 수 있고 몰입하기도 좋다. 아이가 무척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며 2권과 3권도 빨리 출간되면 좋겠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수상한 보물 탐험대 1

플로리앙 드니송 지음
동녘주니어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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