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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한야 야나기하라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리틀 라이프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시공사 펴냄

“우리는 같이 있을까?” “물론 우리는 같이 있을 거야.” 월럼은 말했다. “그 부분은 똑같아.” (p.332, 2권)

어쩌면 부모님께 사랑을 요구하는 건 지나친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아이들을 너무 많이 잃어서, 그냥 지금 있는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을지도, 혹은 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국엔 윌럼과 헤밍 역시 선택에 의해서든 아니든 부모님을 떠날 테고, 그때 그들의 상실은 완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 식으로 부모님을 바라볼 수 있기까지는 아직 수십 년이 지나야 한다. (p.75, 1권)


너무 뻔한 말이라 하고 싶지 않지만, 진짜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천장에 달하는 엄청난 서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놓을 수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금요일 밤에 시작하여 토요일 아침이 다가올 무렵까지, 나는 『리틀라이프』와 함께 했다. 아 그런데 이 책을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미친 듯이 몰입되는데, 정말 미친 듯이 괴롭다. 책을 읽는 내내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대는 감정 때문에, 책을 다 읽은 새벽녘에도 잠들지 못했다. 책을 읽은 뒤에도 나는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 스토리 안에서 갇혀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삶에 대해, 또 나의 삶에 대해.

『리틀라이프』 에는 네 친구가 등장한다. 윌럼은 이미 죽고 없는 형제 둘과 뇌성마비를 앓는 형 헤밍 아래로 태어난 넷째다. 아이를 많이 잃다 보니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주기에 이미 지쳐있었고, 서로의 상실을 바탕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삶을 산다. 제이비는 다행히 할머니와 이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만, 무엇이라 딱히 집어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지녔다. 멀쩡한 집(?) 아들인 멜컴은 자신에게는 애정이 없는 부모 아래서 약간의 삐딱함을 지녔으나,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으로 산다. 마지막 주드. 주드,는 태어남과 동시에 쓰레기 봉지에 담겨 버려진 주드와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의 아픔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주드는 과거의 기억을, 아팠던 감정들을 선명하게 복기시킨다.

사실 『리틀라이프』의 초반에는 너무 많은 인물이 엮여있어 머릿속에서 그들을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만 지나면 휘몰아치듯 이야기에 빠져 그들의 삶에 대해,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하게 된다. 과거의 불행과 현재의 행복 간의 격차가 커질수록 괴로워하는 주드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생이 무엇인지, 사람은 과연 스스로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 수없이 생각해야 했다. 그동안은 진짜 “인생 소설”이라 부를만한 몇몇 대작들을 제외하고는 소설을 두세 번 읽는 일이 없었다. 바쁘면 제일 빠르게 '제쳐놓고' 읽은 책이 소설이기도 할 만큼, 소설은 “재미” 혹은 '감동' 외에는 얻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부분도 대작들 제외) 그런데 『리틀라이프』는 그런 내 생각을 통째로 흔들어놓았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감히 타인의 삶에 “이해한다.”라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누구의 삶도 결코 쉬이 말할 수 없고, 우리는 그 삶 속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아파하며 때로는 성장하고 때로는 넘어지는 작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혹 『리틀라이프』를 읽고자 한다면 긴 문장 호흡, 자해나 학대 등에 대한 수위, 복잡한 등장인물 등을 고려하면 좋겠다. 정말 그 부분만 참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심리에서보다 깊이 생각하고, 삶에 대해 숙고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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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아이가 “엄마 스릴러가 뭐야?”, “긴박한 건 뭐야?”, “숨막히는 거 위험한 거 아니야?” 등을 자꾸 묻길래 대체 이런 걸 어디서 듣고 온건가 싶었는데, 범인은 나였다. 엄마가 보고 있는 책에 “스릴러”, “긴박한 전재”, “숨막히는 몰입감”등이 자꾸 등장하니 궁금해졌던 것. 하지만 아직 너무 어린 꼬마에게 스릴러를 쥐어줄 수는 없어 늘 “보류”였는데 마침내 아이에게도 읽게 할 “긴박한 미스터리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수상한 보물탐험대』.

심지어 “의식”의 플로리앙 드니송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같은 애거서 크리스티 팬으로서 『수상한 보물탐험대』를 안 읽고 지나칠 수 없지!

『수상한 보물탐험대』는 “템플기사단과 이웃집의 미스터리”라는 부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템플기사단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 책에서 템플기사단을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내가 먼저 읽어보았는데, 어린이책으로만 묶어두기엔 이 재미있는 스토리가 너무 아까워서 영화처럼 “전체관람가”라는 제목으로 바꾸어주고 싶더라. 올리비에가 우연히 들어간 이웃집에서 템플기사단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 선생님인 엄마의 자료들을 통해 이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미스터리 그 자체로도 무척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등중학년 부터 초등고학년까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또 올리비에가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나 방법 등을 통해 관찰력을 키우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올리비에가 쌓아가는 우정을 통해 친구관계도 학습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책 자체가 두껍지 않은 『수상한 보물탐험대』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집중력을 읽지 않을 수 있고 몰입하기도 좋다. 아이가 무척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며 2권과 3권도 빨리 출간되면 좋겠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수상한 보물 탐험대 1

플로리앙 드니송 지음
동녘주니어 펴냄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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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는 웹툰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쪄면 그냥 책을 읽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웹툰이야, 하는 건방진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스민 장르 하나가 있었으니 “인스타툰”이었다. 웹툰보다 훨씬 짧은 분량, 최대 10페이지. 그래서 부담없이 휙휙 읽을 수 있지만, mz들의 감성대로 짧고 굵은 한방을 머금은 경우가 많았다. 세심일기 또한 나에겐 그렇게 한방의 “킥”같은 인스타툰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는 세희 작가님의 인스타툰, “세심일기”로 청춘들의 눈물과 웃음,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아닐까 싶다.

유독 세심일기 같은 이야기들이 돋보이는 것은,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냥 내 이야기”같기 때문이다. 화려한 피드도, 자극적인 뉴스도 사실 우리의 이야기와는 좀 거리가 있지 않나. 그런데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딱 우리같다. 확신없이 흔들리고, 이불을 뒤짚어쓰고 울기도 한다. 때때로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보내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하고서도 의심하고 고민하느라 꽉 쥐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속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결정과 노력을 반복하는 모습도 담고 있어 짠하고 찡하다.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의 한페이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적은 에너지를 그런 곳에 허비하는 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연스레 어른의 생존 방식을 터득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상관없다. 중요한 건, 모든 걸 해결하며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p.121)” 사실 이건 몇년간 이어온 내 마음같았는데, 마침 이렇게 한발 물러서 살아도 괜찮은지를 고민하던 즈음 읽게 되어 더욱 마음에 닿았다.

아무런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를 만나보길 바란다. 아마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를 펼치면 어느 한페이지든 당신의 마음에 닿는 문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딱 오늘 필요한 만큼의 위로와 응원을 받기를.

너에겐 행복이 어울려

세희 지음
은는이가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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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jin

내일, 신이 내려주시는 햇살아래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p.249)
그래, 진실을 덮어봐야 좋을 게 없겠지. (p.316)


며칠전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 요즘 책을 좀 덜 보는 것 같다?”
양적으로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질적으로 따지자면 전혀 아니올시다. 지난주부터 내내 소설로 탑을 쌓아 놓고 지내느라 여러 권을 소개하지 못했을 뿐이다. 어쩌다보니 며칠째 소설을 산처럼 쌓아놓고 있었는데, 어제 소개했던 "회생의 갈림길”과 “캐드펠수사시리즈”가 그것. 오늘은 그 중에서 『죽은 자의 몸값』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죽은 자의 몸값』은 캐드펠수사시리즈의 9번째 스토리. 북하우스 출판사가 강렬한 이미지로 제작한 표지 중 가장 끌려서 이것을 먼저 읽었는데, 읽는 내내 “와, 이게 어떻게 완간 30주년이나 된 문체고 스토리야”를 외치며 감탄을 거듭했다. 물론 당연히 캐드펠수사시리즈는 순서대로 착착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지만, 이렇게 어떤 시리즈를 꺼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는 『죽은 자의 몸값』에서는 잉글랜드의 내전이 심화되고, 황후와 국황 세력이 충돌한다. 웨일스의 무리는수녀원을 약탈하려고 하나 오히려 포로를 남기게 되는데, 전쟁포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건까지 일어나며 결국 캐드펠이 등장하게 된다. 캐드펠수사시리즈 대부분이 사건과 인간내면을 고루 다루고 있지만 『죽은 자의 몸값』에는 그런 특징을 더욱 상세히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무래도 내전이 심화된 상태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전쟁에 대한 묘사도 많고, 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인상깊었던 것은 살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몬스터”에서도 피해자들 입장에서의 살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 『죽은 자의 몸값』을 읽면서도 그런 고민이 이어졌다. “살인은 살인이다. 하지만 목숨에 대한 빚은 목숨으로만 갚을 수 있다는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앨리스 일 터였다.(p.315)”를 읽으며 또한번 깊은 고민에 빠져야했다.

『죽은 자의 몸값』를 덮으며 문득, 이런 고민이야 말로 캐드펠수사시리즈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중세를 배경으로, 살인과 사건, 인간의 탐욕과 삐뚤어진 가치관, 궤변과 신념 등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책이니 말이다. 어느새 캐드펠수사시리즈가 완간 3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책 안에서는 그런 세월을 전혀 만나지 못한다. 당장 어제 쓴 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치밀한 구성,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는 독자의 마음을 여전히 쥐락펴락 하니 말이다. 전 세계의 독자들 마음을 쫀득하게 만들었던 캐드펠수사시리즈. 책 한권으로 중세의 영국으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그저 편한 자세로 앉아 『죽은 자의 몸값』를 펼치기만 하면 된다.

죽은 자의 몸값

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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