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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의 표지 이미지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굉장히 어지러웠다. 나 역시 능력주의는 곧 정의라고 여겨왔기 때문에 이 상식이 깨지는 과정에서 물음표를 많이 던졌다.
능력주의가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경우와, 현재 어떻게 변질되어 또다시 엘리트들이 그들의 위치를 곤고히 다지는 데에 쓰이고 있는지, 실제론 계층간 이동성이 원활히 작동하는지 등을 지표로 보여주며 능력주의, 아메리칸 드림이란 신화가 과연 얼만큼 부풀려진 것인지 얘기한다.

능력주의가 정의롭고 공평한 것이란 의식이 당연해짐에 따라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부작용은 무엇이 있는지를 조명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승자와 패자간의 빈부격차뿐만이 문제가 아니라 패자가 입는 정신적인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론 부정한 일이 개입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운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함에도) 나의 재능과 실력의 부족함이 실패의 모든 원인이라는, 과한 자책을 하게끔 만든다는 것.
그로 인해 실재하는 불평등에 대해 저항할 의지조차도 스스로 접게 만든다는 것.

이후 제시되는 방안들은 개혁적이다. 터무니 없는 말처럼 느껴질만한 것들도 있다. 난 이렇게 이름 있는 사람이 진지하게 이런 방안들을 제시하는 걸 보며 처음엔 “엥?” 싶었다가, 진정성을 느꼈다.
난 국가가 부를 재분배하고 복지를 제공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개입을 의미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전부 동의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진보 진영의 사람들이 얼만큼 현대사회를 심각한 상태로 진단하고 있는지, 또 바꾸려는 의지가 확고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일의 존엄성과 공동선에 관련된 얘기를 하는 후반부에서 도덕 교육의 중요성과 연관짓는 것은 무척 신선하면서도 일리가 있다고 여겨졌다.
개혁적인 내용이 많아서 얼핏 겉으로 보고선 코웃음 칠 수 있겠지만 진득히 읽어보면 수용할만한 내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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