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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라지면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남지 않을 것이다. 여자의 마지막 순간을, 여자가 존재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버려진 분수대가 있는, 물 냄새가 나는 공원을 헤매다녔다는 사실을 세상 그누구도 알지 못하고 상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게 된 후로 나는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나는 빌리가 질문했던 인간의 조건을 생각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액체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인간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눈물, 땀, 피. 혹은 진물이나 오물.
나에게는 없다. 피도 눈물도 땀도 체온도. 생명도.
여자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는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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