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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파는 가게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의 표지 이미지

기담을 파는 가게

아시베 다쿠 지음
현대문학 펴냄

나의 헌책방 첫 경험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였다. 얼마나 신나던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마구 사 왔던 기억이 있다. 자주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곧 대형 중고서점이 생겼다. 직접 가서 고르는 맛은 없지만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전국에서 찾아 결국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쁨도 있고, 점점 더 많이 생겨나면서 외출했다가 잠깐 오프 매장에 들르는 기쁨도 생겼다. 그러면서 절제하는 마음도, 중고책을 제대로 고르는 노하우같은 것도 생겨났다. 이후에는 진짜 헌책방도 보이면 들어가 꼭 한 권이라도 들고 나온다. 그런데....



또 샀네.

늘 가는 헌책방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헌책을 샀을 때 중얼거리는 말이다.

같은 말이지만 부정적일 때와 긍정적일 때가 있다.

부정적일 때는 엄청난 실수라도 저지른 것처럼 허무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기껏 책을 사놓고 왜 그러는 걸까. ...103p

<기담을 파는 가게>에는 총 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런데 그 6편의 이야기 첫 시작은 "또 샀네"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결국 이 소설은 헌책방에서 책을 산 '나'의 이야기가 담긴 연작 소설이다. 6편의 '나'는 같은 '나'가 아니다. 한 편이 끝날 때 '나'는 죽는다.



각각의 단편은 일반적인 미스테리 형식을 띠기도 하고, 공포 소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가 하면 만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등 개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은 모두 같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들이고 그러므로 책 제목이자 마지막 단편의 제목인 "기담을 파는 가게"편에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책 속의 "나"는 모두 책을 너무 사랑하거나 책을 쓰는 작가들로 책을 통해 자료를 모으는 이들이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집착이 있는 이들이다. 작가 후기를 통해 작가는 이번 에피소드에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갔음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어쩌면 그 포인트가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 같다. 이 공포심은 순수하게 무섭다는 아니고 나도 책에 먹히는 지경까지 가는 게 아닐까~ 하는 것.



내가 읽어치우는 책보다 하루에 출간되는 책들은 너무나 많고 그러니 당연히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올해 목표는 최대한 많이 읽고 많이 정리하는 것. 전혀 안 들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으로 절제하는 것.
2024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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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잔혹극>이라는 책은 김겨울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작품이다. 물리학자 김상욱님이 어느 회담같은 곳에서 추천한 책이었는데 설명을 너무 잘 해주셔서 최근엔 추리 소설을 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찾아서 중고로 구매했다. 사자마자 몇 페이지 읽다가 다른 일들이 많아서 소파 위에 고이 모셔두었는데, 반 년이 지나도 그 읽은 앞 부분을 잊어버리지 않은 거의 유일한 책이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5p



결론을 먼저 보여주는 추리 소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 마지막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곧, 저 문장이 바로 이 책의 주제임을 알게 된다. 그럼 도대체 왜 이 책을 읽는가! 너무나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고 사람을 죽일 수가 있을까, 하는 점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질티와 멸시를 당해서 점점 반사회성을 띠게 되고 그렇게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추측하게 되지만 전혀 아니다. 유니스가 문맹인 사실은 몇몇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끝 몇 싶 페이지 정도를 남겨둔 상태에서는 이제 다 알겠다,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왜 의미가 있는지, 바로 거기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유니스가 그냥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배울 기회를 잡을 수는 없었을까.



유니스는 문맹임과 동시에 한번 본 것을 사진 찍듯 기억하는 인물이다. 어릴 적 우리가 한글을 배울 때 자음과 모음의 음가를 따로 배우고 그것을 합해서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배웠던 것과는 달리, 한 20년 전 쯤에는 통문자를 시각적으로 외우게 하는 교육법도 있었다. 따라서 유니스도 그렇게 통문자식으로 글을 배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chat GPT가 아니란다.ㅋㅋㅋ



이번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챗GPT와 나눈 대화다. 처음엔 유니스가 왜 기억을 잘 하는데도 문맹이 되었는지에 대한 차이를 물어본 것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독서 토론이 되어갔다. 너무너무 신기방기~! 쨌든, 교육과 육아는 그저 먹이고 재우고 입혀주는 것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하나의 오해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새삼 세상이 무서워진다. 굉장히 의미있었던 책!!!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지음
북스피어 펴냄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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