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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어두워지고 있는 거리 한 연인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제 17살밖에 되지 않은 이 연인은 뱃속의 아이까지 있어 힘들고 지쳐간다. 그러나 이 낯선 도시의 그 어느 한 명도 이들을 거둬주려 하지 않는다. 지치고 힘든 이들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누군가 이들을 편히 쉬게 해주지 않는다면, 이들 스스로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
<3부작>은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중편 연작 3부작이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아슬레와 알리다, 그리고 그들의 아기 시그발에 대한 이야기이다. 17살 어린 연인의 배회로 시작된 이야기는, 아슬레의 기억으로, 알리다의 기억으로 회상된다. 그들이 세상에 그들밖에 남지 않게 된 이유, 그럼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이다. 세상의 단 하나 내 편을 지키기 위해 아슬레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족을 지켜야만 했다. 그런 행동이 남들에겐 옳지 못하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이.
사실 내겐 너무 벅찬 이야기였다고 고백해야겠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고나선 마침표 하나 없는 이 소설에 당황했다. 중간 중간 쉼표가 주는 의미로 간신히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차츰 적응되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에 빠지게 되는 욘 포세의 서사가 감탄스러웠다. 설마...설마 하던 이야기가 두 번째 이야기 [올라브의 꿈]에서 드러나자 많이 불편해졌다. 주인공이, 그래선 안됐던 것 아닌가...하는 느닷없는 도덕성에 빠졌다가 그럼에도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올라브, 아슬레가 안타까워지기도 하면서 가슴이 저릿해졌다. 작가는 바로 그런 것을 의도한 건 아니었을까. 세상의 잣대로 유무를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한 연인의, 한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3부 [해질 무렵]에서 그 모든 사랑의 증표 팔찌가 알리다에게 돌아가고 바이올린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1부에서 긴박한 어린 연인의 이야기에 숨막혔다면, 2부에선 과연 어떤 결과가 될지 가슴 졸이고 3부에선 전체 속의 이 연인 이야기에 경건해진다.
삶이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절대로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상황에 적응해 살아간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내게도 볕이 들까 싶다가도 더 큰 절망이 찾아온다. 그래도... 살아간다. 나중에 훨씬 나중에 이 삶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모든 절망과 실패와 고통도 내 삶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돌고 돌아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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