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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말들

박총 지음
유유 펴냄

매주 책이 바뀌는 나를 보고, 차장님이 물어본다.
"최 대리, 책벌레야?"
나는 당연하듯 대답했다. "네."
차장님은 나의 대답에 당황하며 "자기 입으로 책벌레라고 하는 사람 처음 봤어."라고 말한다.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윤아, 너는 책을 많이 읽으니깐, 술술 말을 잘하겠다."
나는 또 당연하듯 대답했다. "아닌데???"
친구도 역시 나의 대답에 당황하며 "그럼 책을 왜 읽어?"라고 되묻는다.

누구는 뽐내기 위해 독서하고, 누구는 지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취미이다. 어떤 사람은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것이 취미이고, 어떤 사람은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게 취미이듯이, 나도 독서가 취미이다.

그런데 내가 독서 좀 한다고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지독한 활자중독자를 만났다. 바로 책 '읽기의 말들'에서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이유는, 신랑 덕분(?)이다. 신랑이 요즘 글쓰기 모임에 나가는데, 그 모임 글선생의 책이다. 신랑 대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러 갔다가 마침 2권이 있길래, 나도 읽어 보았다.

나랑 결이 다르신 분이라, 책을 읽으면서 '읭? 엥?' 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유독 나의 마음을 흔드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

우리 세대는 책을 읽고 나면 꼭 한마디 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식의 독서교육을 받았다. (중략) 하지만 책을 먹을 적마다 무언가를 배설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뭐랄까, 변의도 없는 아이에게 채변 봉투를 채우라고 윽박지르는 꼴이랄까. - 28p

-

분명 신랑이 나보다 일찍 읽었는데, 어느새 내가 따라잡았다. 신랑은 어떻게 책을 빨리 읽냐며, 대충 읽는 거 아니냐고 했다. 반대로 나는 학술 서적도 아닌데, 책 진도가 안 나가는 신랑이 요상했다.

나에겐 책은 드라마와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 보듯이, 책도 그렇게 읽는다. 남는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난 무엇을 남기려고 책을 읽는 게 아니다. 책을 읽었는데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나와 맞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박총 작가도 그러한 의미로 저런 말들을 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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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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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이님의 초록지붕집의 앤 게시물 이미지
어렸을 적에 봤던 앤은 철 없는 수다쟁이었는데, 나이 먹고 앤을 보니, 외로워서 공상에 빠졌던 거고, 잘 보이고 싶어서 끊임 없이 수다를 떨었던 거다. 괜히 짠하다.

그랬던 앤이 16살이 되니, 말수도 적어지고, 생각도 깊어지는 숙녀가 되니, 내가 괜히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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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붕집에 온 뒤로 여러 가지 실수를 했고, 그때마다 저의 큰 단점을 하나씩 고쳐왔어요. 자수정 브로치 사건이 있은 뒤로 다른 사람 물건이 손대지 않았고, 유령의 숲 사건 이후로는 상상력이 지나치게 뻗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케이크에 진통제를 넣은 사건 뒤로는 요리할 때 무척 조심하지요. 머리 염색 사건 덕분이 허영심을 버릴 수 있었고요." - 345p

🔖"이것 봐, 벨벳 카펫이야. 그리고 실크 커튼! 난 이런 걸 꿈꿔 왔어, 다이애나. 하지만 막상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그래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여긴 물건이 아주 많고 하나같이 화려하지만, 그래서인지 상상할 거리가 없어. 가난하다는 것도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잖아." - 352p

🔖"실컷 울게 놔두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보단 우는 게 덜 아파요. 잠깐만 곁에서 절 안아주세요. 다이애나랑 함께 있을 수가 없었어요. 다이애나는 착하고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이건 다이애나의 슬픔이 아니니까요. 다이애나는 저를 도와줄 만큼 제 마음 가까이 다가올 수 없어요. 이건 우리의 슬픔이에요. 아주머니와 저의 슬픔이오. 아, 마릴라 아주머니. 아저씨 없이 우린 앞으로 어떻게 살죠?" - 444p

초록지붕집의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현대지성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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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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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이님의 너무나 많은 여름이 게시물 이미지
2박 3일동안 내 여행 메이트가 되어 준 책.
작가님의 목소리로 낭독회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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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세상이라니.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됐을까요? " -12p

🔖"노인은 다시 이야기를 했어. 청둥오리를 보는 일도, 아내와 밥을 먹는 일도, 또 둘이서 잠드는 일도 모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됐다고." -65p

🔖"각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먄 하면 된대요. 그럼 더 싸울 일이 없대요." -229p

🔖나를 가졌을 때 엄마는 서른다섯 살이었다. 그때 엄마가 얼마나 젊었는지 나는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268p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지음
레제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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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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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이님의 노견일기 3 게시물 이미지
머리 하는 김에 완독!

우리 재롱이 보고 싶다.....

노견일기 3

정우열 지음
동그람이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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